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장중 1485원을 돌파했다. 1480원대 중반 환율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15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스피도 정치 불안과 원화값 급락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장중 24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기업·가계의 체감경기도 차갑게 얼어붙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12월 기업심리지수는 전월보다 4.5포인트 낮은 87.0으로,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9월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치 불확실성에 흔들리는 한국 경제가 어디까지 추락할지 염려해야 하는 형편이다.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해외 시선은 더 불안하다. AP통신은 "고위급 외교를 중단시키고 금융시장을 뒤흔들 것"이라며 한 권한대행 탄핵 이후 경제적 파장을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 정책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에 추가적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시장이 요동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에 돌아간다. 원화 약세로 원재료 수입 부담이 커진 제조·식품 업계는 제품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물가 불안은 내수 침체와 기업 실적 부진으로 이어진다. 당장 유동성 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작다고 하지만 원화값 약세와 외화 유출이 지속되면 대외신인도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야는 무책임한 '네 탓' 공방만 벌일 것이 아니라, 정치적 혼란을 조속히 수습하고 금융시장과 민생 안정을 위한 실질적 해법 찾기에 함께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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