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딜링룸 전광판에 표시된 원·달러환율이 1480원을 넘어서고 있다. 사진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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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민감 업종 '비상'
27일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돌파했다. 환율이 장중 1480원을 넘어선 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 27일 이후 처음이다. 달러 강세에 원자재를 수입하는 석유 화학·철강·항공 업계는 환율 변동에 따라 매출과 이익이 크게 변하는 만큼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는 철광석·연료탄 등 원자재 수입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환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나 최근 글로벌 철강공급 과잉, 중국의 저가 공세 등으로 원자재 가격 인상을 제품가격에 반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생산한 스테인리스 냉연코일 제품. 사진 포스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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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로 원유를 사들이는 정유업계도 비상이다. 환율이 오르면 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연간 10억 배럴 이상 원유 수입하는 정유업계에선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환차손 부담이 1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도 대표적인 환율 민감 업종이다. 항공기 리스(대여)비나 유류비를 달러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3분기 보고서 기준 순외화부채는 약 33억 달러로 환율이 10원 변동할 때마다 330억원의 외화평가손익 발생한다.
한 대기업 임원은 “기업 체감상 IMF와 금융위기 수준으로 대내·외 환경이 좋지 않다며 벼랑 끝에 서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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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기업 호재도 옛말
대표적인 고환율 수혜 업종으로 분류되는 자동차·조선·해운업계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원·달러 환율 10원 높아질 때, 국내 자동차업계 매출이 약 4000억원 오른다고 추산했다. 조선·해운업계는 일시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지만, 오히려 교역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현대자동차 수출 부두의 모습. 전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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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업계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당장 제품을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핵심 부품을 대부분 해외에서 달러로 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는 스마트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칩 상당수를 미국 퀄컴에서 사온다. MX사업부는 지난해 모바일 AP칩 구매액만 12조원을 지출했다. 환율 치솟으면서 최소 수천억 원 이상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LG전자 역시 달러로 지불하는 가전 물류비와 원재료비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미 3분기까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LG전자 물류비는 3000억원 넘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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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그룹 고환율 대비 비상 경영 돌입
주요 그룹들은 고환율 기조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할 것으로 보고 내년 경영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 반도체와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기업들의 경우 자재비와 인건비가 올라 투자액이 당초 계획을 초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한, 해외 투자를 위해 빌린 외화차입금도 늘어나고 있어 환율 상승에 따른 이자비용 및 투자비 부담 증가도 예상된다.
김태훈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 변동이 국내 제조업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실질실효 환율이 10%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하면 대규모기업집단의 영업이익률은 0.29%포인트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박영우 기자 november@joongang.co.kr,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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