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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시시비비] 정부의 주택공급 '영끌'…심상치 않을 내년 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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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12·3 비상계엄사태로 인해 일주일 뒤인 지난 12일 마이크 앞에 섰다. 주택 공급이 부족해 내년에도 집값이 오를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자 직접 진화에 나섰다.

그는 내년 "역대 최대 주택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 강조했다. 그가 밝힌 내년 주택 공급량은 25만2000가구에 달한다. 그러나 이는 당장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의 숫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허가, 착공, 준공 등을 거쳐야 하는 주택들이다. 내년에도 건물의 윤곽을 보기 어려울 가능성이 큰 물량이다.

이 중 20%는 내년 상반기 인허가 승인 신청하거나 착공하겠다고 했다. 약 5만 가구 정도는 빨리 시중에 내놓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 공공주택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해 목표 물량의 83%인 4만1000여가구를 이달 착공(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했다. LH가 말하는 착공은 설계 등이 끝나 착공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서류상 착공을 말한다. 이런 식의 착공이라면 내년 상반기에 100% 공급도 가능하지 않을까. 뒤집어 보면, 정부가 마치 내년 상반기까지 집을 대거 지을 것처럼 생색을 냈지만, 실체는 그렇지 않다는 뜻으로 읽힌다.

특히 정부는 올해 주거종합계획을 통해 공공분양주택 9만가구, 공공건설임대주택 3만5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실제 공급한 주택은 4700가구(민주당 박용갑 의원)에 불과하다. 11월 말 기준 공공분양 주택 목표 달성률은 5.2%를 기록 중이다.

정부는 내년 입주 물량도 올해보다 1만 가구나 많다고 했다. 총 4만8000가구다. 지난 10월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참고한 숫자다. 그런데 민간 정보업체의 집계는 이보다 1만 가구 정도 적다. 민간(부동산 플랫폼 직방 등)에서는 아무리 늘려 잡아도 4만 가구 이상 입주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정부는 30가구 이상 연립주택과 다세대 주택을 포함해 발표했다. 정부는 ‘일반 분양, 조합원 분양, 임대 등 공급 형태와 무관하게 주택 재고 수 증가는 가격 안정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12월 23일 설명자료)’고 본 것이다.

이는 공급량을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놓은)’한 것에 불과하다. 아파트와 빌라는 가격과 수요가 다르다. 아파트 살던 사람이 빌라로 이사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정부가 올 한 해간 치솟는 아파트 가격을 잡지 못하면서, 빌라 살던 사람이 아파트로 옮겨가는 것은 더 어려워지기도 했다.

사실, 정부의 ‘영끌’ 방식으로 수급 상황을 살펴봐도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은 없어지지 않는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아파트 분양 물량과 기타주택 준공물량의 합으로 주택 수급 지수를 내고 있다. 이 공급량과 정부의 제3차 장기주거종합계획에서 제시한 수요량을 지수로 산출한 것인데, 내년 이 지수는 72.6을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72)나 지난해(72.4)와 다를 것이 없다. 특히 연구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내년 말까지 4년 동안 50만가구의 공급 부족이 누적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탄핵 정국에 제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부처 장관의 의지는 인정할 만 하다. 그러나 고민이 부족했다. 주택 공급량을 영끌해봐야 속아 넘어가 줄 국민은 없다. 정부도 주택 공급을 늘릴 묘수는 없다는 것을 파악한 좋은 계기가 됐을 뿐이다.

황준호 건설부동산부장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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