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 추적' 홀로 있는 시간 노려 동업 여성 살해한 40대[사건의재구성]

사업 실패 원인 피고인에 전가…치밀하게 범행 계획 후 실행

피해자도 큰 빚…딸 키우기 위해 책임 다하던 중 살해당해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의정부=뉴스1) 양희문 기자 = 지난 7월 11일 경기 양주시 한 공장 주차장에서 한 남성이 주위를 둘러보며 서성이고 있었다. 그는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주차돼 있던 소형 SUV 차량에 무언가를 부착하고는 현장을 떠났다. 해당 SUV의 차주인 40대 여성 B 씨 모르게 한 일이었다.

그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8월 14일 오전 6시께 B 씨는 의정부시 주차장에 세워놓은 자신의 차에 탑승했다. 그때였다. 한 남성이 차에 난입해 B 씨의 목과 가슴 부위를 흉기로 수차례 찔렀다. B 씨는 소리 지를 틈도 없이 과다출혈로 현장에서 숨졌다.

범인은 40대 남성 A 씨였다. A 씨는 B 씨와 동업한 PC방과 칼국수 가게가 망하자, B 씨가 가게 수익금을 몰래 빼돌려 폐업했다는 생각에 범행을 준비했다. 신용불량자가 되는 등 자신의 경제 상황이 어려워진 이유가 모두 B 씨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A 씨의 범행 계획은 치밀했다. 그는 B 씨 모르게 차에 위치추적장치(GPS)를 부착한 뒤 실시간으로 동선을 파악했다. 이후 B 씨가 출근할 때 혼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출근 시간을 노려 범행을 저질렀다.

A 씨는 범행 직후 숨진 B 씨를 태운 채 양주시 한 공터로 이동하고 극단 선택을 시도했다. 하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A 씨는 그 자리에서 체포됐다. 당시 A 씨는 몸에 자상과 함께 다량의 피를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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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수사기관 조사에서 '사업 실패의 원인은 수익금을 빼돌린 B 씨에게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항변했다.

그러나 A 씨의 생각과 달리 B 씨도 사업 실패로 인해 많은 채무를 부담하는 등 경제적으로 녹록지 않았다. B 씨는 어려운 상황에도 홀로 딸을 양육하기 위해 성실히 살아가려고 애쓰는 한 아이의 어머니였다.

재판을 지켜본 B 씨의 여동생은 "언니는 너 때문에 경기를 일으키고 사지를 떨었다. 네가 인간이야? 사람이야?"라고 통곡하며 A 씨에게 엄벌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사건을 심리한 의정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오창섭)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3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B 씨는 사업 실패로 큰 빚을 부담하던 중에도 끝까지 책임을 다하며 딸과 살아가고자 했는데, A 씨에게 살해당해 살아갈 기회를 잃었다"고 꼬집었다.

1심 판결 직후 A 씨와 검찰은 각각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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