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등의 금융사고로 허술한 내부통제 드러나
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 논란
은행권 CEO 교체 쇄신 인사
올해 은행권은 잇단 횡령·배임 등의 금융사고로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났다. 3분기 누적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금융사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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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올해 은행권은 잇단 횡령·배임 등의 금융사고로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났다. 연초엔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처리' 논란이 있었고, 우리금융에선 수백억원 규모의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까지 발생하는 등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내부통제 강화가 은행권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신한은행을 제외한 주요 시중은행장들의 대거 교체 등 인적 쇄신에 나선 모습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3분기 누적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금융사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을 비롯한 5개 주요은행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누적 기준 금융사고는 총 53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동기 25건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모두 19건으로 가장 많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100억원 이상 규모의 금융사고도 3건 발생했다. NH농협은행이 16건, 하나은행 8건, 우리은행 6건, 신한은행 4건 순이었다. 지난해 대비 사고건수가 줄어든 곳은 신한은행 한 곳이다. 100억원 이상 대형 금융사고는 올해 5건 발생했다. KB국민은행이 3건, 우리은행 2건이다.
특히 우리은행에선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이 부당 대출을 받은 사실이 발각돼 금융권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총 616억원 규모의 대출이 실행됐으며 이 중 350억원은 통상의 기준·절차를 따지지 않은 부적정 대출로, 269억원에 대해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농협은행에서도 지난 3월 100억원대 배임 사건을 시작으로 올해 들어서만 여섯 차례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금액만 약 430억원 규모다. 지난 2월 109억원의 불법 대출, 5월 51억원의 공문서 위조 대출과 10억원의 초과 대출, 8월 117억원의 부당대출 적발, 10월에는 140억원 규모의 제 3자에 의한 부동산담보 대출 사고와 신입 행원이 70대 고객 돈 2억5000만원 가량을 횡령했다.
◆ 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로 '휘청'…자율배상에 ELS 상품 판매 중단
은행권은 올 상반기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처리로 곤혹을 치렀다. 5대 은행에서 기업과 고객을 대상으로 파생금융상품 중 하나인 'ELS'를 판매했으나 해당 상품이 고위험 상품이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홍콩H지수 ELS 총 판매 잔액(지난해 말 기준)은 19조3000억원으로, 이중 80%인 15조9000억원(24만8000계좌)이 은행을 통해 판매됐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 7조8000억원으로 최다 규모 판매를 기록했다. 신한은행 2조4000억원, NH농협은행 2조2000억원, 하나은행 2조원, 우리은행 400억원 등이다.
금감원 조사 결과 판매사에서 일부 불완전판매 정황이 드러나면서 해당 상품을 판매한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우리은행 등 6개 은행 모두 당국이 제시한 분쟁조정 기준안을 수용하고 발빠른 배상에 나서기도 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9월 13일 기준 은행권 등 판매사들의 평균 배상비율은 31.6%로 집계됐다. 자율배상 대상인 홍콩H지수 연계 ELS 계좌 중 손실이 확정된 계좌 17만 건 중 81.9%인 13만9000건과 관련해 소비자들이 배상에 동의했다. 손실이 확정된 계좌의 원금은 10조4000억원, 손실금액은 4조6000억원이다.
◆ 5대 금융, 올해 '역대급' 실적…'이자 장사' 비판도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6조5805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 15조6560억원보다 5.9%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지주사별로 보면 KB금융은 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 사상 최대인 4조3953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한 수치다. 신한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4.4% 늘어난 3조9,856억원, 하나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한 3조2254억원, 우리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9.1% 늘어난 2조6591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했다. 농협금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한 2조3151억원을 기록해 KB금융과 함께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에 일각에선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압박 속 높은 예대금리차를 바탕으로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지난 7월 0.43%포인트에서 10월 1.04%포인트로 석 달 연속 늘었다.
연간으로도 사상 최대 실적 잔치가 예상되면서 정치권과 여론의 상생금융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6조5805억원로 집계됐다.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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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시중은행장 대거 교체…인적 쇄신 단행
잇단 횡령·배임 등의 금융사고로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은행권은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인적쇄신에 나섰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조직 쇄신을 위해 연임을 포기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우리금융그룹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최근 불거진 내부통제 이슈 등을 감안해 '조직 쇄신'과 '세대 교체'에 주안점을 두고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정진완 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추천했다.
정진완 은행장 후보는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로 실추된 은행 신뢰회복을 위해 내부통제 전면적 혁신과 기업문화의 재정비에 우선적 목표를 두겠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부행장급 임원 5명을 줄이고, 기존 부행장 중 절반에 달하는 11명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하기도 했다. 본부조직도 기존 20개 그룹에서 17개 그룹으로 축소했다.
우리은행은 내부통제 조직도 고도화했다. 자금세탁방지센터와 여신감리부를 본부급으로 격상해 감독·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준법감시실에 '책무지원팀'을 신설해 책무구조도 이행 등 책무관리 업무의 충실도를 높이기로 했다.
KB금융지주 역시 이환주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이사를 새로운 KB국민은행장으로 낙점했다. 내부통제 혁신과 기업문화 쇄신을 위해 이 대표를 발탁했다는 설명이다.
KB금융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 대표에 대해 "근본적인 내부통제 혁신 및 기업문화 쇄신, 명확한 의사소통 프로세스 정립 등 조직의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이끌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의 소유자"라고 평했다.
올해 금융사고로 얼룩졌던 NH농협은행도 새로운 은행장을 맞이한다.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을 새로운 NH농협은행장으로 추천했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서 금융권이 내부통제와 인적쇄신에 힘쓰고 있는 상황에서, 인사 경험과 변혁적 리더십을 갖춘 강 내정자는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적재적소 인사 구현을 통해 NH농협은행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역시 새 수장을 맞이했다. 임기 만기를 앞두고 있는 이승열 하나은행장이 그룹의 안정적인 경영관리와 기업가치 제고에 전념하기 위해 은행장 후보를 고사한 가운데 하나금융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을 차기 하나은행장으로 추천했다.
아울러 내부통제 강화가 은행권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금융당국은 선제적이고 효과적인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충현 금융감독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지난 16일 '은행권 내부통제 워크숍'을 통해 "은행업무의 디지털화 등에 맞춰 내부통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담당 인력의 전문성 제고, 준법의식과 책임 중심의 조직문화 정착 등을 추진해야 한다"며 "감독당국과 은행권이 중대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마련했던 내부통제 개선대책이 안착돼 내년이 은행권 신뢰회복의 원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 한해 ELS, 금융사고 다수 발생 등 은행에 내부통제 개선을 통한 신뢰 회복과 소상공인 및 저신용자 등 고환율과 경기 부진에 어려워하는 고객들을 위한 은행의 사회적 역할 적극 수행하는 것이 은행권의 최대 화두"라며 "그동안 내부통제 개선을 위한 은행권 내부의 쇄신 움직임이 강해졌으며, 제도 및 전산 고도화도 상당부분 이뤄지는 만큼, 내년에는 외부의 눈높이를 맞추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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