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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광화문]트럼프 당선,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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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11월 5일. 세계는 달라졌다.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다.

진화한 트럼프는 더 충직한 사단을 거느리고 워싱턴 D.C.에 들어간다.(그는 플로리다에서 워싱턴을 대체하고 있다). 워싱턴 입장에선 보면 그는 여전히 아웃사이더다. 미 공화당 내에서도 비주류였던 트럼프지만 이젠 아니다. 공화당을 장악했고 가치·이념의 담론 속 겉치레만 요란한 워싱턴 주류를 비웃는다.

미국 우선주의는 '최우선주의'로 강화됐다. 세계의 경찰 등 이윤없는 장사는 생각도 안 한다. 미국 최우선주의는 '힘'을 자랑하는 게 아니다. '힘'은 돈과 이익을 얻는 수단 중 하나다.

'동맹'도 마찬가지다. '경제 안보'란 개념도 이젠 철저히 경제의 관점 하에 재구성된다. 트럼프 2기의 성격은 그래서 명확하다. 기업가 정부, 그 자체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의 등장은 단적인 예다. 머스크는 정부효율부(DOGE) 장관 내정자이기도 하다. 미국 의회의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부각된 인물도 머스크다.

트럼프의 집권계획인 '프로젝트 2025'를 보면 머스크는 그 계획을 실행할 적임자다. 프로젝트 2025의 큰 방향은 △연방정부 축소 △규제 완화 △기득권 타파(관료시스템 해체) 등이다.

달라진 세계 질서를 구현하기 위해선 세계의 헤드쿼터(워싱턴)의 질적, 양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트럼프의 판단이다.

머스크 개인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이른바 '페이팔 마피아'로 불리는 이들이 트럼프 사단의 핵심이 돼 액션 플랜을 주도한다. 페이팔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 투자자 피터 틸은 2016년 일찌감치 트럼프를 지지했다. 백악관 '인공지능(AI)·암호화폐 차르'에 지명한 데이브드 색스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냈다. 거래와 협상을 즐기는, 훈련된 스페셜리스트들이 기업가 정부를 구성한다.

# 이들은 정면 돌파를 즐긴다. 직접 대화하며 명확하게 주고받는 거래를 좋아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즈니스 리더들이 어떻게 트럼프와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보여준다"며 팀 쿡 애플 CEO 사례를 전했다.

기업의 전통적 접근법과 달리 쿡은 트럼프에게 직접 전화하고 만남을 요청하는 데 거침이 없다고 한다. 트럼프는 재임 당시 "다른 사람들은 전화하지 않는데 그(쿡)는 나에게 전화하기 때문에 훌륭한 경영자"라며 만족감을 드러낸 바 있다.

쿡은 지난달에도 트럼프에게 전화해 유럽연합(EU)이 부과한 천문학적 과징금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그들(유럽연합)이 우리 회사를 이용하게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했다.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트럼프의 기자회견장에 등장, 1000억달러(약 145조원) 대미 투자 선물을 약속했다. 이에앞서 아키에 여사(아베 신조 전 총리의 배우자)가 트럼프 부부를 만났다. 거래에 확실한 트럼프는 애플을 보호해주고 일본 총리를 만난다.

# 세계 변화의 날로부터 한 달 간 대한민국은 무엇을 했을까. 트럼프에 어떻게 대응할지 세계의 수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던 그 한 달을, 대한민국 지도자는 계엄 준비에 썼다. 게다가 실행까지 했다.

기업가 정부, 거래의 화신, 철저한 비즈니스맨에게 보낸 대한민국 대통령의 메시지가 계엄이라니….

재계 총수를 불러 대미 투자 금액·투자 계획 등을 공부하거나 인적 네트워크를 점검하는 것은 트럼프 취임 전 해야 할 기본 중 기본이다. 트럼프 1기 정부와 호흡을 맞췄던 이전 정부 인사의 의견을 듣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고인이 된 전직 총리의 배우자를, 세계적 투자자를 메신저로 활용하는데 우린 여전히 공백 상태다. 언제나처럼 '굳건한 한미동맹'만 외치며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 거래 전문가로 구성된 기업가 정부의 관심조차 못 받는다.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주가 돼라"는 조롱을 받지만 그 조롱조차 부러운 게 우리 현실이다.

이미 트럼프발 청구서가 날라간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5%로 상향하라는 요구한 게 그렇다.

트럼프 재등장의 시점, 대한민국 대통령이 무너뜨린 것은 민주주의뿐만이 아니다. 한국경제를 사정없이 내팽개쳤다. 온 국민이 뭉쳐 극복할 수 있는 외환위기라면 차라리 낫겠다.

영화 웰컴투 동막골에서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이 뭐요'라는 질문에 이런 명대사의 답이 나온다. "뭐를 많이 멕여야지 뭐…" 편 가르기보다 국민을 배불려 줄 리더가 필요하다.

머니투데이



박재범 경제부장 swal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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