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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사설] 버티는 윤, 지지부진 수사…국민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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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헌재 자료 안 내고 공수처 불출석





최고권력 수사 지체될수록 불신·불안 커져



중앙일보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가 보이고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2차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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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12·3 계엄 사태의 내란 혐의 수사를 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지난 18일에 이은 두 번째 소환 불응이다. 예견된 상황이다. 전날 오동훈 공수처장은 국회에서 “오전 10시로 정해져 있지만 시간을 좀 더 늘려서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앞서 윤 대통령 측은 “수사보다는 탄핵심판 절차를 먼저 생각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우선순위라는 탄핵심판은 서류조차 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공수처는 안 나올 게 뻔한 피의자를 공개적으로 기다린 셈이 됐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에 변호인 선임계도 내지 않은 채 크리스마스이브에 한남동 관저를 찾은 목사 등과 성탄 예배를 봤다고 한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수처는 “체포영장은 너무 먼 이야기”라며 3차 출석 요구를 먼저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민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던 계엄 사태가 3주 넘게 지났지만, 그 정점에 있는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신중히 해야 하겠지만, 다른 피의자 수사에 비하면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오 공수처장은 수사 초기만 해도 윤 대통령의 출국금지를 지시하고 “긴급체포도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검찰·경찰과 경쟁적으로 계엄 중요임무 종사자를 수사했다. 정작 내란의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수사의 혼선을 빚은 점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문재인 정부 때 적당히 봉합해 버린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의 빈틈이 국가 재난적 상황에서 크게 터져버린 탓이다. 공조수사본부 구성으로 어느 정도 정리됐지만, 여전히 혼란스럽다. 검찰은 윤 대통령 수사를 공수처와 경찰에 넘겼는데, 공수처는 판검사 등만 기소할 수 있어서 대통령 기소권은 검찰에만 있다. 차라리 특검에서 수사하는 편이 깔끔할 수도 있으나, 이미 수사가 한참 진행된 데다 특검 출범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 와중에 윤 대통령 측은 계엄 당시 요인 체포지시 의혹에 대해 “체포의 ‘체’자도 얘기 안 했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국민 입장에선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수사든 지체될수록 증거 인멸과 말맞추기 개연성이 커진다는 건 상식이다. 그만큼 정의는 지연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 최고 권력자의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국민 불신을 불식하려면 공수처를 비롯한 수사기관이 보다 신속하고 명쾌하게 일처리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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