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의견 들으며 심사 숙고 중"
탄핵 현실화하면 국정 혼란 가중 우려
韓 입장 선회해 재판관 임명 가능성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서울재팬클럽(주한일본상공회의소)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 뒤 통역의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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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압박보다는 합리적 보고나 의견을 취합한 뒤 결국은 권한대행으로서의 본인 판단을 내리지 않겠나."
25일 여권 관계자의 말이다. 탄핵 정국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변수에 요동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26일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인데도 한 권한대행은 여야 합의를 우선하며 임명 여부에 대한 판단을 미루고 있다. 민주당은 곧장 초유의 권한대행 탄핵 절차를 밟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국정 안정을 강조해온 그가 혼란을 조장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이 같은 부담을 우려해 전격적으로 입장을 선회, 헌법재판관 임명을 수용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이례적으로 성탄절 메시지조차 내지 않았다. 외부일정 없이 총리 공관에 머물렀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계속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단 한 권한대행은 외교, 안보, 경제, 민생의 안정을 위한 정책과 행보에는 적극 대응하지만 여야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이슈에 대해서는 권한대행이 정무적·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권한대행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한 치 기울어짐 없이 (결정이) 이뤄졌다고 국민 대다수가 납득해야 한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는지 국회에 판단을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시에 '특검법과 달리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할 경우 파생되는 후유증이 크다'는 의견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와 대법원도 헌법재판관 임명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으는 상황에서 한 권한대행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임명을 수용하며 국가적 대혼돈을 야기할 탄핵 파국만큼은 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야는 이날도 한 권한대행의 당부에 아랑곳없이 논의는커녕 극한의 대립 양상을 반복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KBS라디오에 나와 "내년 1월 1일까지 시간이 있는데도 이것을 12월 24일까지 하지 않으면 탄핵하겠다, 26일까지 하면 탄핵하지 않겠다 하는 것은 입법 독주이고 폭력”이라며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도 충분한 시간이 있는데도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민주당이 너무 성급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한 권한대행을 두둔했다. 반면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권한대행이 무슨 권한으로 국회가 선출하는 헌법재판관을 거부하려 하는가"라며 "내란수괴 윤석열을 지키기 위해 헌법까지 어기는 게 한덕수 권한대행의 선택인가"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결국 한 권한대행이 머뭇댈수록 갈등이 커지고 사태가 꼬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가 관례를 따지거나 주저할 문제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헌재와 대법원도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권이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김정원 헌재 사무처장은 17일 국회에 출석해 "헌재 재판관이 공석이 됐을 때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의견을 냈다. 대법원은 최근 '국회의 동의가 이뤄진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권이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있는지'를 묻는 백혜련 의원실의 질의에 "권한대행의 임명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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