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6 (목)

"엔딩 보고 깜짝…공유 눈빛에 빚졌죠" 서현진의 '트렁크'[EN:터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핵심요약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 서현진 배우 인터뷰
"그렇게 뼈가 도드라져 보일 줄은…" 웃음
"어른거리는 차량 불빛…의도치 않게 촬영"
"찍는 내내 공유 선배에게 고마웠어요"
노컷뉴스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 완성본을 본 배우 서현진은 "대본보다 훨씬 풍성해졌고 좋은 쪽으로 가벼워진 거 같다"고 밝혔다. 사진은 공유와 시더(가운데), 서현진. 매니지먼트 숲 유튜브 영상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 현장에 가족까지 데리고 오는 배우는 흔치 않다. 배우 서현진이 그랬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반려견 '시더'를 품에 안고 기자와 인사를 나눴다.

13살 시더는 이번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 촬영 현장에도 함께했다. 작품 후반부에는 깜짝 출연하기도 했다.

반려견과 함께 촬영 현장에 동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서현진은 "(시더가) 나이가 있다 보니 눈도 잘 안 보이고 냄새도 잘 못 맡는다"며 "손으로 직접 밥을 먹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해진 시간에 밥을 주다 보니 살이 빠졌다. 그래도 짖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마침 작품 속 노인지가 코너에 몰린 삶을 살고 있어서 (작품과) 잘 맞았다"고 덧붙였다.

'트렁크'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비밀스러운 기간제 결혼 서비스의 실체가 드러나는 과정을 다룬다.

서현진은 결혼매칭업체 NM 직원 노인지 역을 맡았다. 노인지는 성소수자였던 남편 서도하(이기우)의 갑작스러운 증발로 과거에 묶여 있는 인물이다.

노컷뉴스

노인지 역을 맡은 서현진.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이서연(정윤하)의 의뢰로 한정원(공유)과 다섯 번째 계약 결혼을 하기에 이른다. 이 때문에 노인지에게 결혼은 차갑고 기계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그는 "노인지를 이해했을 때 겉으로 보이는 사회적 모습은 결혼을 직업처럼 받아들이는 인물이라 생각했고, 그의 내면은 비어 있는 서도하의 집이라고 생각했다"며 "그게 꼭 평행세계처럼 나란히 공존해야 한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도하와) 끝나지 않은 관계였기에 계속해서 노인지에게 벌을 주고 있는 하나의 형태로 이 직업이 필요했던 것 같다"며 "서도하의 집을 쓸고 닦고 하는 건 노인지가 자신에게 주는 죄책감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어항과 물고기에 대해선 "노인지에게는 유지해야 하는 존재"라며 "어떤 순간에는 어항이 세상이고 물고기가 서도하 같았다. 또 어떤 순간에는 어항이 서도하의 집 같고, 물고기가 노인지 같다고 느꼈다"고 떠올렸다.

"그렇게 뼈가 도드라져 보일 줄은…" 웃음

노컷뉴스

김규태 감독은 노인지와 이서연에게 각각 붉은색과 파란색을 부여했다. 노인지의 의상은 물론 붉은색 카약과 트렁크, 평소 비트를 먹거나 과거 탱고를 추는 장면까지 더해지면서 이서연과의 색채 대비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작품 속 노인지가 경추를 드러내며 오열하는 장면은 주요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연출을 맡은 김규태 감독 역시 서현진의 연기를 보며 "짜릿했다. 칸에 가야 할 거 같다"고 극찬한 바 있다.

이 장면은 사실 서현진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그는 "고개를 숙여 앉아 있는 한 모델의 뒷모습 사진을 본 적이 있다"며 "뼈가 도드라져 보이는 모습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언젠가 이 이미지를 쓰고 싶어 사진을 가지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노인지가 피폐해지고 코너에 몰린 듯한 이미지가 필요했는데 그날 의상도 등이 약간 파여있어서 감독님께 제안해 봤다"며 "그렇게 뼈가 도드라져 보일 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노컷뉴스

노인지와 한정원, 이서연, 윤지오가 한 자리에 모인 모습.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현진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장면으로 노인지와 한정원, 이서연, 윤지오(조이건)가 한자리에 모인 신을 꼽았다. 이 장면에서 한정원과 이서연이 같은 소파에, 노인지와 윤지오는 각각 1인 소파에 앉아 독특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그는 "과거 부부가 한 소파에 앉고 현 와이프와 현 남편은 1인 소파에 앉았다"며 "누가 어떤 소파에 앉을 것인지 감독님이 선택했다"고 밝혔다.

힘들었던 장면으로는 노인지와 이서연이 작심하고 맞붙는 엘리베이터 신을 언급했다. 김규태 감독도 "배우들에게 공사장 소음과, 덜컥거리는 엘리베이터로 인해 연기하는 데 쉽지 않은 환경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서현진은 "둘 다 감정 신이기도 하고 액션 신이기도 해서 NG가 많이 났다"며 "합을 맞추고 올라갔어도 정신이 없으니까 풀샷에서 방향을 못 맞추겠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래서 노인지가 화면에 안 나올 때, 이쪽으로 왔다가 돌아갈 때 (이서연을) 돌려서 보내고 서로서로 돌리고 밀고 그랬던 거 같다"고 덧붙였다.

"어른거리는 차량 불빛…의도치 않게 촬영"

노컷뉴스

서현진은 이번 작품을 통해 카약을 처음 배웠다고 밝혔다. 그는 "팔로 하는 운동이 아니었다"며 "몸의 회전을 이용해야 하는데 탱고랑 비슷하더라"고 떠올렸다.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현진은 차량 불빛이 어른거리는 장면에 얽힌 촬영 뒷얘기를 전했다. 해당 신은 한정원이 노인지에게 "당신이랑 자고 싶은 거 같아요"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그는 "반대편에서 차가 지나가면서 헤드라이트가 노인지 얼굴을 비추면서 밝아졌다"며 "촬영 감독님이 '지금 한정원의 마음이 가고 있는 거야'라고 하시더라"고 웃었다.

이어 "(후반부) 노인지와 한정원이 햄버거 가게에 있는 장면에서도 차량 헤드라이트가 노인지 쪽으로 지나간다"며 "촬영 감독님이 '노인지의 마음으로 가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고 덧붙였다.

김규태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막내 스태프 의견까지 누구의 의견도 다 듣더라"며 "상대방이 20분을 혼자 얘기해도 끝까지 듣는다. 듣는 척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짜 듣는다. 요즘에 잘 없는 미덕인 거 같았다"고 강조했다.

또 작품 속 개성적인 음악과 미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경찰 장면이 나오기 전에 같은 음악이 반복된다"며 "음악만 들려도 시점이 바뀌는구나를 알 수 있게끔 장치적으로 음악을 썼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정원 집에 대해선 "침실을 처음에 보자마자 멀쩡한 사람들도 이상해질 거 같은 장소였다"며 "어두운 데다가 제대로 된 길이 없는 곡선이어서 한정원의 아빠가 얼마나 비정상적인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찍는 내내 공유 선배에게 고마웠죠"

노컷뉴스

서현진은 '트렁크'에 대해 "가짜 관계로 만나서 진짜 사랑으로 가는 관계보다는 자신의 일상을 회복하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현진은 공유와의 엔딩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해당 장면은 은행나무 아래서 한정원과 노인지가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이다.

그는 "현장에서는 몰랐는데 후시녹음 과정에서 공유 선배의 모습을 보고 알게 됐다"며 "저렇게 사랑스럽게 봐줬는데 저는 그만큼 받아주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연락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진짜 섬세하고 촘촘하게 연기를 하신다고 생각했지만 완성본을 보고 나니까 (공유의) 큰 그림이 보이더라"며 "설레고 심쿵하게 만드는 눈빛에 많이 빚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서현진은 기억나는 대사로 한정원 집을 부수기 직전 노인지가 한정원에게 "고마웠어요, 한정원씨"라고 말하는 장면을 떠올렸다.

"이 장면을 마지막 녹화 날 마지막 신으로 찍었어요. 촬영 내내 공유 선배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는데, 그 마음을 저와 노인지의 감정을 빌어 대사로 전한 장면이었죠."

한편 '트렁크'는 공개 2주 차에 41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 (비영어) 부문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브라질, 이집트, 홍콩, 인도, 싱가포르, 나이지리아, 아랍에미리트 등 41개국 톱10에도 이름을 올렸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 jebo@cbs.co.kr
  • 카카오톡 : @노컷뉴스
  • 사이트 : https://url.kr/b71afn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