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커피수공업’이라는 이름으로 서울 안암동에서 시작했어요. 그러다 사람들의 흐름을 따라 을지로로 오게 됐죠.”
박 이사는 ‘커피한약방’이라는 이름에 대해 “커피도 한약처럼 정성껏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좋은 생두를 골라 손으로 선별하고, 커피를 미리 내려 숙성시키는 등 한약 달이듯 정성을 들인다”고 했다.
커피수공업의 강윤석(왼쪽) 대표, 박용범 이사가 커피를 시음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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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이곳이 조선시대 허준 선생이 있었던 ‘혜민서’ 터라는 점이다. 혜민서는 서민들을 진료하고, 약을 관리하던 국립의료기관이었다. “영업하고 1년 뒤에야 그 사실을 알았어요.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르겠지만, 알고 나니 책임감이 더 커졌어요.” 박 이사의 말이다.
커피한약방의 인테리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라는 평을 받는다. 자개장을 개조한 카운터, 오래된 가구, LP 음악까지. 인테리어와 시공을 배우 출신이자 목수인 강윤석 대표가 모두 직접 맡았다. “과거의 경험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실제로 사용되던 제품들로 꾸몄어요. 3개월이나 걸렸죠.”
이런 노력 덕분에 커피한약방은 소셜미디어(SNS)에 오르내리는 ‘힙지로’명소가 됐다. “처음에는 다들 미쳤다고 했어요. 골목에 카페를 연다고요. 하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공간을 만들었더니,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죠.”
회사는 커피한약방 맞은편에 있던 철물점이 이전하면서 그 자리에 양과자점 ‘혜민당’도 열었다. 커피한약방을 운영하면서 고객들의 요청으로 디저트를 제공하는 것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취득한 자체 소규모 생산시설도 갖췄다. 타르트, 무스케이크 인기가 특히 좋다.
커피한약방과 맞은 편의 혜민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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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세를 확장해 나가던 커피한약방이 온라인으로의 채널 다양화를 모색한 것은 코로나19가 크게 작용했다. 박 이사는 “코로나 이전까지는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지만,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하루 매출이 3만 원까지 떨어진 적도 있었다”며 “대출로 3년을 겨우 버텼지만, 이를 계기로 체제 변환의 필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커피한약방은 최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아직은 원두와 드립백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 이르면 연말부터 혜민당 디저트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특유의 오프라인 감성을 온라인에서 어떻게 표현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했다. 그간 광고 없이 100% 입소문으로만 마케팅해 온 브랜드를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한 온라인 시장에서 어떻게 알릴지도 고민거리다.
커피한약방은 주 영업 장소인 을지로의 재개발 수순에 따라 오프라인에서도 이사 갈 곳을 물색하고 있다. 혜민당의 경우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곳에 한정적으로 매장 확장 계획도 갖고 있다. 해외도 고려 중이다. 박 이사는 “프랜차이즈 같은 무분별한 확장보다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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