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평채는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우리나라 정부가 발행하고 보증하는 일종의 국채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국면에선 ‘달러’ 표시 외평채를, 하락하는 국면엔 ‘원화’ 표시 외평채를 발행해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 쌓을 자금을 조달한다. 2년 연속 세수 결손에 대응하기 위해 외평기금에 쌓여 있던 원화가 대거 소진되면서 원화 외평채 발행이 필요해졌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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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정부와 채권시장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한국은행·국고채전문딜러(PD) 등과 실무협의를 열고 내년 1월 24일을 원화 외평채 입찰일로 정했다. 만기는 1년물이고, 첫 달 발행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2조원 규모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원화 외평채는 2003년 마지막으로 발행된 바 있다. 과거 20여년 동안은 외평기금 내 원화를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으로부터 빌려 채워왔다. 하지만 공자기금은 주로 10년물 국고채로 조달해 금리가 높다. 그에 비해 원화 외평채는 1년물 등 단기물 위주라 비용이 저렴하다. 정부가 원화 외평채 발행의 공식적인 이유로 ‘외평기금 수지 개선’을 내건 이유다.
원화 외평채 발행을 추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세수 결손’ 사태와 결부된다. 기재부는 2023·2024년 2년 연속 세수 예측에 실패했다. 지난해 56조원 ‘세수 펑크’가 발생했고, 올해는 29조6000억원 펑크가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끌어 쓴 것이 외평기금 내 원화 재원이다. 작년엔 24조원이 동원됐고, 올해는 최대 6조원이 활용될 전망이다. 이렇게 대규모로 끌어쓴 원화를 도로 채워놔야, 추후 원·달러 환율 하락기에 외평기금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환율이 고공행진 중인 지금은 당장 필요가 없지만 미래를 위해 대비가 필요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원화 외평채 발행을 시도했다. 올해 예산에 18조원 규모로 발행 계획을 반영해 둔 바 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흐른 만큼 발행을 위한 ‘기술적’인 법적 정비가 필요했다. 다른 현안에 묻혀 국회에 계류 중이기만 했던 관련 법 개정안은, 지난 10일 2025년도 예산안의 ‘세입부수법안’으로서 극적으로 통과됐다. 최근 확정된 2025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원화 외평채 발행 한도를 20조원 규모로 계획해 두었다.
2025년도 예산안에 담긴 국채 발행 한도.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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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는 법 통과를 계기로 최근까지도 ‘연내’ 발행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북클로징’에 따른 수급 부담 우려와 급박한 발행 일정 안내 등을 이유로 결국 내년 1월부터 원화 외평채 발행을 시작하기로 확정 지었다. 올해 18조원 발행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내년 계획된 20조원은 안정적으로 발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재부는 구체적인 원화 외평채 발행 계획 등을 담은 ‘2025년 1월 국고채 및 재정증권 발행 계획’을 다음날, ‘2025년 연간 국고채 발행 계획’은 다음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세종=박소정 기자(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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