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희연요양병원 요양보호사들(주홍색 복장)이 간병 교육을 받고 있다. 이 병원은 간병비 국고지원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 환자당 월 간병비가 72만~84만원에서 약 54만원으로 줄었다. 희연요양병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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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료개혁 중 정치적 논란이 없는 게 있다. 간병비 완화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12월 '간병비 걱정 없는 나라'를 내세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그해 11월 간병비 급여화를 총선 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부는 지난 20여 년 다양한 형태로 해답을 찾았으나 실패했다. 간병비(2022)는 10조원이다. 간병 부담 때문에 형제가 싸우는 게 예사다. EBS의 다큐멘터리에 나온 50대 뇌졸중 환자의 딸은 "죽으라고 벌어서 병원 간병비 300만원을 댔다. 감당이 안 돼 일을 그만두고 집으로 모셨다"고 눈물을 흘린다. 그는 365일 집에서 '독박 간병'을 한다.
간병 완화 대책은 두 갈래다. 소위 간호와 간병을 합한 통합병동 확대, 요양병원 간병비 시범사업이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보호자 없는 병동으로 불린다. 취지는 좋지만 병원들이 경증 환자를 가려서 받는 일이 많다. 그래서 올해 '중증환자 전담 병실'을 도입했다. 하지만 신청한 데가 3곳에 불과하다.
박경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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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실 부담 47%로 낮춰
복지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요양병원 간병인 한 명이 환자 6명을 돌보면 하루 간병비가 2만 540원, 4명은 2만 9000원이다. 1대 1 간병은 12만 1600원이다. 이를 낮추려고 올해 4월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정부 예산(85억원)을 지원해 환자 부담을 월 29만 2500원(하루 9750원, A형), 34만 4100원(B형), 53만 7900원(하루 1만7930원, C형)으로 낮췄다. A형은 시장 간병비의 47%, C형은 62% 수준으로 부담이 낮다. A형은 간병인이 환자 8명을, C형은 4~5명을 담당한다. 전국 20개 요양병원 환자 857명이 지원받았다.
박경민 기자 |
시범사업 참여병원인 경남 창원시 희연요양병원 환자의 월 간병비는 72만~84만원에서 53만 7900원으로 줄었다. 90세 뇌졸중 환자의 딸 이모(61)씨는 "간병비가 80만원 대에서 50만원 대로 줄어 만족한다"며 "간병인이 능숙하게 어머니를 목욕시킨다. 서비스 질이 올라가 어머니가 활달해지는 등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92세 환자의 아들(65)은 "퇴직 후 간병비가 부담됐는데,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 부담이 줄었다"며 "요양보호사(간병인)에게 안심하고 간병을 맡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지방은 원래 간병비가 없거나 매우 적었기 때문에 시범사업 부담금이 되레 더 많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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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사업 8개월 시행해보니
부담 줄고 서비스 향상 확인
일률적 6개월 제한은 문제
"수도권 확대, 너싱홈 도입"
요양병원에는 간병인이 병실에 살면서 6~7명을 돌본다. 간병인의 40%가량이 중국동포이다. 시범사업 간병인은 2~3교대로 출퇴근하고, 92%가 한국인이다. 조미화 전주 나은요양병원 간병팀장은 "하루 쉬고 나오면 환자가 '왜 이제 왔어'라고 할 때 내가 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간병인이 늘어 환자에게 더 신경 쓰고 안정적으로 돌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간병인당 월 2만원의 배상책임 보험료를 내준다.
박경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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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예산 85억→내년 61억
정부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이하 통합간병)나 요양병원 시범사업 만족도가 높다. 그러나 간병 수요가 많은 의료기관은 상급종합병원인데, 병원당 4개 병동만 참여하게 제한한다. 이게 2026년 비수도권 상급병원만 풀린다. 수도권은 2개 병동이 추가될 뿐이다. 또 간병비 지원 시범사업을 하는 요양병원이 서울에 없다. 정부가 시행 중인 또 다른 시범사업인 의료·요양·돌봄 통합판정체계 지역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경기도에도 안산·부천에만 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간병이 필요한 환자가 수도권에 훨씬 많은데, 왜 저리 오랫동안 막는지 모르겠다.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게다가 요양병원 시범사업 축소 우려가 커졌다. 올해 4~12월 예산이 85억원인데, 내년은 61억원으로 깎였다. 정부 논의 과정에서 반 토막 났다. 내년 중반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적용 환자 기준도 매우 까다롭다. 장기요양 1, 2등급에 들고 요양병원 환자 등급(1~5단계)의 중증 1, 2단계(의료최고도, 의료고도)에 들되 통합판정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기평석 가은병원 원장은 "요양병원은 의학적 필요성에 따라 환자를 이미 구분하는데, 신체 능력 중심의 통합판정 도구를 갖다 붙인 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박경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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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치적 이슈, 함께 풀어야"
환자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간병비 지원을 6개월로 제한하는 것도 불만이 나온다. 더 늘릴 수 있다지만 환자 부담률이 매달 15%p 누적해서 올라가기 때문에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희연요양병원 환자 보호자 이씨는 "6개월 되면서 다음 달에 어머니를 시범사업 미적용 병실로 옮겨야 하고 간병비를 30만원가량 더 내야 한다. 하루빨리 정식 제도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운용 대구 제일효요양병원장은 "인공호흡기 환자, 의식 불명 환자 등은 6개월 이상 입원하기 때문에 계속 지원해줘야 한다"며 "3단계(의료중도) 환자도 적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요양병원장은 "통합판정에서 탈락한 환자는 비급여로 간병비를 받게 기준을 정하고, 이번 기회에 동남아시아 외국인 간병 인력이 들어오게 길을 열자"고 제안했다.
김진현 교수는 "급성 환자의 간병비 부담은 통합간병 확대로 풀고, 병원과 요양시설의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환자를 돌보는 너싱홈을 간호사가 운영하는 제도를 도입하자"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간병 문제는 정치적 논란이 없기 때문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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