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유탄 맞은 관광업은 곡소리
연합뉴스 |
소비자들의 닫힌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내리막길을 걷던 소비심리지수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더 큰 폭으로 추락했다. 소비가 이대로 꽁꽁 얼어붙으면 자영업자와 상인들의 고통은 물론 경제 선순환에도 경고음이 더욱 커진다. 소비를 살릴 전방위 노력과 대책이 시급하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11월보다 12.4p나 떨어졌다. 하락폭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 3월(-18.3p) 이후 가장 컸다. 지수 수치도 2022년 11월 이후 2년1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 중 현재 경기판단과 향후 경기전망이 특히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소비가 위축된 것은 갑작스러운 문제는 아니다.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소득은 늘지 않아 경제적 여유가 충분치 않은 탓이 크다. 생필품을 비롯한 생활물가도 계속 오름세였다. 영업부진을 겪는 기업의 구조조정 칼바람 우려도 소비에 영향을 줬을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내년 가계형편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답한 국민이 42%에 달했다. 올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 이들은 고작 12%였다. 이 조사에서 내년 지출을 더 줄이겠다고 답한 이는 응답자 중 절반이 넘었다.
이 판국에 탄핵정국의 정치 불확실성이 기름을 부은 것이다. 국회의장과 경제단체 대표들이 취소한 연말 모임을 다시 열라고 독려하고 있지만 흐름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크리스마스, 연말 특수를 찾을 수가 없다. 여기에 도심 여기저기서 시시때때로 열리는 대규모 집회에 숙박·관광업계의 시름도 말이 아니라고 한다.
헌법재판소가 있는 서울 종로 일대에선 촛불행동, 대통령 퇴진비상행동, 민주노총의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 약 1㎞ 떨어진 시청역 근처에선 이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린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서 있는 광화문광장 주변에선 응원봉과 태극기를 든 이들이 옥신각신한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 트랙터 상경 시위에서 드러난 과격·불법 행위가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숙박업계는 코로나19 때를 방불케 할 만큼 예약이 저조하다고 하소연한다. 해마다 이 시기 숙박시설마다 만실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예약률이 30%도 안 된다는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 것도 걱정거리다. 예약고객들의 집회 소음, 교통통제 관련 민원도 상당하다고 한다.
성숙한 시위문화를 다시 돌아봐야 할 것이며, 당국은 불법엔 더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탄핵정국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자영업자와 영세상인들에 대한 지원책도 꼼꼼히 거듭 챙겨봐야 한다. 금융당국은 폐업 위기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3년간 2조원가량 금융 지원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지만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무엇보다 정치 불확실성이 속히 제거돼야 소비도 살고 대외신인도도 지킬 수 있다. 정치권이 각성이 더없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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