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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이슈 세계 속의 북한

북한 장사정포 전력 재정비...'서울 불바다 2.0' 위기 [무기로 읽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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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반도와 남중국해 등 주요국 전략자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장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흥미진진하게 전달해드립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이 격주 화요일 풍성한 무기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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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북한의 170㎜ 자주포가 러시아 중부의 크라스노야르스크로 추정되는 곳에서 기차로 운송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공개됐다. @Archer83Able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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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 쿠르스크 전장에서 총알받이 임무로 투입돼 많은 수의 사상자를 내기 시작한 북한이 이번에는 포병부대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 포병 전력을 보냈다는 첫 번째 첩보는 지난 10월 중순,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HUR)에서 나왔다. 당시 HUR은 러시아 전역에서 활동하는 반정부 파르티잔 조직 ‘아테시’로부터 사라토프 고등포병지휘학교에 북한제 자주포와 북한인 교관들이 들어온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이 첩보가 나온 지 약 한 달 뒤, 러시아 중부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수십 문의 북한제 170㎜ 자주포가 열차에 실려 서부로 이동 중인 사실이 식별되며 북한의 포병 무기 공급은 사실로 확인됐다.

보유한 170㎜ 자주포 '주체포' 대부분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한 북한


북한이 러시아에 공급한 포병 무기는 M1989 ‘주체포’로 확인됐다. HUR의 최초 첩보보고에서 러시아가 도입한 주체포는 약 50문 정도였지만, 이후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170여 문의 장사정포가 러시아에 공급된 사실을 공식 확인하면서 북한이 보유한 주체포 거의 대부분을 러시아에 넘긴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우리 군은 북한이 보유한 주체포의 수량이 180~200여 문 정도일 것으로 추산해 왔다. 북한이 170여 문을 러시아에 넘겼다는 것은 보유한 주체포 거의 전부를 보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주체포는 지난 30여 년 동안 이른바 ‘서울불바다’ 위협의 핵심 전력으로 북한 입장에서는 대남 협박용 전략무기 성격으로 운용된 중요 자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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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오진우명칭 포병종합군관학교 졸업생의 포실탄 사격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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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70㎜ 자주포를 처음 만든 것은 1970년대 초반이었다. 당시 김일성은 남한의 수도 서울을 타격할 수 있는 포병 무기를 원했다. 그러나 당시 북한이 보유하고 있던 152㎜급 곡사포로는 이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김일성은 당대 주력 포병 무기의 2~3배 사거리를 갖는 신형 화포 개발을 요구했다. 이때 북한의 눈에 들어온 것이 소련의 S-18 해안포였고, 북한은 이 S-18의 포신을 2개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사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린 신형 170㎜ 곡사포를 만든 뒤, 이를 중국제 59식 전차 차체에 붙여 자주포로 만들었다. 이것이 M1978 ‘곡산포’다.

서울 불바다 위협의 핵심 전력 '주체포'는 사거리 길지만 명중률 최악


이 곡산 자주포는 이란·이라크에 수출돼 실전에서 그 형편없는 성능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이란·이라크 모두 이 자주포의 긴 사거리를 이용해 상대방의 유전을 포격하려 했지만, 명중률이 너무 형편없어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우리 정보기관이 이 곡산 자주포를 중동에서 빼돌려 국내로 들여와 분석했는데, 우리 당국 역시 이 곡산을 실전에서 제대로 쓰지 못할 실패작으로 평가했다.

M1989 ‘주체’는 곡산의 주포를 북한제 승리호 장갑차에 얹은 모델이다. 개량형이라고는 하지만 차체를 제외하면 곡산과 동형이기 때문에 명중 정밀도·연사 속도·신뢰성 모든 면에서 최악의 성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무기다. 사격을 위한 모든 동작이 수동이기 때문에 발사 준비에만 30분이 걸리는 것은 물론, 예비탄을 실을 수가 없어 탄약 공급 차량이 따라붙지 않으면 연속 사격도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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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대연합부대들의 포사격 훈련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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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 형편없는 자주포를 대량 배치한 것은 오직 사거리 때문이다. 주체포는 54㎞ 이상의 긴 사거리를 가지고 있어 임진강 이북의 갱도 진지에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중부 지역까지 포격이 가능하다. 그러나 북한은 사거리를 늘리기 위해 명중률과 위력을 포기했다.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북한제 170㎜ 곡사포는 킬로미터 단위의 원형공산오차, 즉 동일한 사격제원으로 발사해도 각각의 포탄이 떨어지는 탄착점이 수백 미터에서 1㎞ 이상 차이가 나는 성능을 보인 바 있다. 사거리 증대를 위해 포탄의 중량도 20㎏ 정도로 줄였기 때문에 포탄은 170㎜지만, 위력은 우리 군의 105㎜ 포탄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포를 가지고 용산 대통령실을 겨냥해 포격할 경우, 포탄 대부분은 서울역이나 국립중앙박물관 근처에 떨어지고, 도로에 작은 구덩이 하나 만들 정도의 파괴력밖에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북한, 서울불바다 작전용 무기를 신형 미사일과 방사포로 교체


문제는 북한이 이 170㎜ 자주포를 모두 퇴역시키고 그 자리에 다른 무기를 채워 넣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기존의 서울불바다 작전용 무기를 구형 곡사포와 방사포에서 신형 미사일과 방사포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서울불바다 2.0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우선, 북한은 170㎜ 자주포와 함께 서울불바다 위협의 또 다른 주축 전력으로 평가되는 240㎜ 방사포를 최근 ‘갱신형 240㎜ 방사포’로 교체 작업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M1991 240㎜ 방사포는 차량 1대가 22발의 로켓탄을 쏠 수 있는 무기였는데, 이 방사포는 사거리와 화력은 좋았지만, 기본적으로 무유도 로켓이었기 때문에 명중 정밀도가 떨어졌다. 그러나 현재 배치되고 있는 갱신형 240㎜ 방사포는 67㎞의 사거리를 가진 유도 로켓을 발사하기 때문에 서울 전역의 주요 표적을 초정밀 타격할 수 있다. 이 갱신형 240㎜ 방사포 역시 22연장인데, 북한이 기존에 배치했던 M1991을 모두 이 갱신형 240㎜ 방사포로 대체할 경우 그 배치 수량은 200여 문, 일제사격 가능한 로켓 숫자는 4,400여 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170㎜ 자주포는 곡사포가 아닌 미사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일명 ‘화성-11라’로 명명된 사거리 110㎞의 이 근거리탄도미사일(CRBM)은 소위 ‘북한판 KTSSM’으로 불린다. 이 무기는 발사차량 1대에 미사일 4발이 실려 있는데, 북한은 지난 8월 이 발사차량 250문이 전연(전방)지역에 배치됐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는 북한이 1,000발의 화성-11라를 동시에 투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말이 된다. 화성-11라의 사거리는 주체포의 2배가 넘고, 미사일 1발의 위력은 주체포의 100배가 넘는다. 앞서 언급한 갱신형 방사포와 함께 운용될 경우, 북한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강력한 파괴력과 높은 명중률을 가진 방사포탄·미사일을 일시에 5,400발 가까이 날릴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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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 수도권을 겨냥하는 신형 240㎜ 방사포를 실은 차량을 직접 시운전하며 포병 전투력 강화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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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형 미사일과 갱신형 방사포 서울·수도권에 5400발 퍼부을 수 있어


우리는 인구의 절반, 핵심 기업 대다수가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있는 나라다. 유사시 북한의 방사포·미사일이 우리의 심장부에 치명타를 날릴 준비를 마쳐가는 상황인데, 우리 군은 이에 대응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 북한의 포병 현대화 움직임이 포착된 것은 2010년대 중반이었는데, 우리 군은 각 군의 밥그릇 싸움과 국산화 만능론자들의 입김 때문에 10년이 넘는 시간을 허비했다. 그리고 지금 군은 조 단위 예산을 들여 저고도 미사일 방어(LAMD)라는 황당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애초에 북한의 로켓·단거리 탄도탄 위협에 가장 효과적이고 즉각 배치 가능했던 무기는 이스라엘제 아이언돔이었다. 그러나 군 당국이 아이언돔은 한국 전장 환경에 맞지 않다는 거짓말을 하면서 밀어붙인 LAMD는 성능과 가격 경쟁력 모든 면에서 아이언돔보다 형편없는 무기다. 아이언돔은 사거리 70㎞, 요격고도 10㎞, 1발당 1억 원 하는 ‘타미르’ 미사일을 쓴다. 반면, LAMD는 1형 기준 사거리 7㎞, 요격고도 5㎞, 1발당 6억 원인 미사일과 사거리 20㎞, 요격고도 5㎞, 1발에 17억 원인 2형 미사일을 쓴다. 요격탄이 워낙 비싸 대량 도입이 어렵고, 사거리가 너무 짧아 요격하더라도 수도권 북부 지역에 요격탄이나 미사일 잔해가 추락할 위험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이 사거리와 요격고도에 제한을 둔 것은 공군 담당 고도와 겹치지 않기 위한 ‘밥그릇 싸움’의 결과다.

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집단이지 관복 입은 자들의 개인적 영달을 추구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다. 현대 방공작전은 이제 군종 구분 없는 통합방공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고, 우리 군이 벤치마킹할 해외 사례들은 차고 넘치도록 많지만, 우리 군은 ‘정답’이 있는데도 사익을 위해 ‘오답’의 길을 좇고 있다. 북한이 서울불바다 2.0 준비를 거의 마쳐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이 각 군별 이기주의와 주요 관계자들의 사익만 좇는 LAMD 사업을 계속 밀어붙인다면 이는 직무유기이자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언젠가 도덕적 책임이 아닌,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군과 정부 당국자들이 깨닫길 바란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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