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지난 11월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창원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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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브로커 명태균(54)씨가 지난 대선 때 만든 ‘비공표 여론조사 보고서(일명 명태균 보고서)’ 파일을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 부부에게 2021년 8월부터 10월 사이 최소 4차례 텔레그램·카카오톡으로 전달한 기록을 검찰이 확보했다. 그간 명씨는 “비공표 조사를 대통령한테 준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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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 논란’ 당원 명부 쓴 여론조사, 尹에게 보고
2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이 일부 파악한 명태균 보고서 전달 시기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21년 10월 9일∼11월 4일) 전후다. 명씨는 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선 윤 대통령과 그의 부인 김 여사한테 각각 텔레그램과 카카오톡으로 PDF 파일 형식의 이 보고서를 전달하면서 “비공표 여론조사, 보안 유지”도 당부했다.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이 여론조사 보고서는 명씨가 운영에 관여한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작성했다.
명태균 보고서 중 하나는 ‘유출 논란’을 빚은 국민의힘 57만명 당원 명부를 활용해 만든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21년 10월 21일 명씨와 윤 대통령 간 텔레그램 대화에서 명씨가 이 보고서 파일과 함께 “당내경선 책임당원 5044명 여론조사 결과”라는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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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결과 보고하자…尹 “홍준표한테 가는 거 아냐?
10월 21일 둘의 텔레그램 대화에서는 윤 대통령이 명태균 보고서를 받고, 명씨와 당내경선 판세를 논의한 대화도 나왔다. 이 조사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별 민주당 후보와 가상 대결도 다뤘는데, 명씨가 “이재명을 선택한 응답자는 이중당적자로 추정된다”는 취지로 메시지를 보내자, 윤 대통령은 “(이 응답자들 나중에) 홍준표한테 가는 거 아냐?”라는 식으로 되물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7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명씨나 또는 우리 당 정치인들이 여론조사 발표된 것 또는 내일 발표될 예정인데 알고 계시라 이런 얘기들은 선거 때 수도 없이 받았다”며 명씨 조력이 크지 않았다는 취지의 해명과 어긋나는 정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부인 김건희 여사. 사진은 지난해 12월 12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 당시 차량에 탑승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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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 “尹 궁금해한다”…직원 재촉한 그 날도 전달
검찰은 21년 9월 30일 명씨와 윤 대통령 간 텔레그램에서도 명태균 보고서가 전달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날은 명씨가 당시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강혜경(47)씨에게 “윤 총장”을 언급하며 여론조사 보고서 작성을 재촉했던 날이다. 앞서 강씨 측이 공개한 명씨와 통화 녹음을 들어보면, 명씨는 강씨에게 “여론조사 돌리는 거 하고 있어요?”라고 물으며 “그것 빨리 좀 해줬으면 좋겠어. 아까 윤 총장(윤 대통령)에게 전화했는데, 궁금해하더라”고 말했다. 강씨는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명씨와 얽힌 대통령 부부 의혹을 폭로한 인물이다.
김 여사도 21년 8~9월 명태균 보고서 파일을 2차례 카카오톡으로 받았다고 한다. 이외에도 김 여사는 명씨로부터 수시로 미래한국연구소가 여러 언론사와 진행한 공표 여론조사 결과가 담긴 보고서 파일을 받았다. 이 여론조사의 상당수가 ‘공표 전’에 전달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21년 8월 텔레그램 대화에서 윤 대통령은 본인이 유리하게 나온 공표 조사 결과를 명씨한테 받고, 일명 ‘체리 따봉’ 이모티콘도 보냈다고 한다.
명태균(왼쪽)과 김영선 전 의원.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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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전달 더 많을 듯…“조사 비용 대신 공천 받아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실제 윤 대통령 부부가 받은 명태균 보고서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씨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미래한국연구소가 진행한 대선 여론조사가 81회(비공표 23회·공표 58회)에 달하기 때문이다. 강씨는 전체 여론조사 비용만 “3억7500여만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공표된 회계 자료에서 윤석열 캠프와 국민의힘이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조사 비용을 지급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강씨는 “명씨가 돈 대신 김영선(64·국민의힘) 전 의원 공천을 받아왔다”고 주장한다. 지난 3일 검찰은 공천을 대가로 8070만원의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명씨와 김 전 의원을 구속기소 했다.
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은 “이 여론조사가 무상으로 제공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정치활동에 드는 자금을 적법하게 신고하지 않고 기부받은 중대한 범죄로, 대통령직 당선 무효형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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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안대훈·김민주·위성욱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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