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번역원 예산 140억…60억 추가 예산 통과 좌절
정식 학위 인정하는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 중요해져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출판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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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한국 문학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번역의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지만, 관련 예산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문학·출판계에 따르면, 올해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비롯해 여러 국내 작가가 저명한 국제무대에서 한국 문학을 알리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먼저 한강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한국 문학의 새로운 분기점을 마련했다. 광주 5·18, 제주 4·3 등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소설로 승화해 치유와 연대의 문학적 성취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지난 4월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구상부터 집필까지 30년이 걸린 소설이다.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이 작품은 현대 산업노동자들의 삶을 반영하는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이며, 황석영이 30년을 바친 최고의 걸작"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황보름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일본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일본에서 한국문학의 인기를 입증했다. 김혜순의 시집 '날개 환상통'은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을 수상하며 한국 시문학의 독창성과 깊이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한국 문학이 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차적으로 작가의 우수한 역량도 있지만, 번역의 힘이 컸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번역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우수성을 알릴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강은 한국문학번역원으로부터 가장 많은 해외 출간을 지원받은 작가다. 한강의 작품들은 총 28개 언어로 번역, 전 세계에서 총 76종의 책으로 출간됐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채식주의자'와 프랑스 메디치상, 에밀기메 아시아문학상을 받은 '작별하지 않는다' 등의 작품들은 큰 주목을 받으며, 한국 문학의 독창성과 깊이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한강의 작품 중 6건을 번역아카데미 출신이 번역을 맡아 출간했다. 전문 번역 교육을 받은 인재가 한국 문학의 감성과 깊이를 전하며 성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한국 문학이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관련 예산 지원은 미비한 상황이다. 내년 번역원의 예산은 140억 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번역원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국회에 약 60억 원의 추가 예산을 신청했지만, 통과하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번역출간에 31억2000만 원, 번역인력양성에 21억8000만 원, 해외홍보에 45억4000만 원 등이다.
한국문학이 상승하는 흐름을 지속하려면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관련 예산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성과가 일회성에 그칠 우려가 있다는 게 번역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번역원 관계자는 "2024년은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중심으로 도약한 해다. 이제는 제2, 제3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과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의 지속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이와 함께 번역아카데미를 고도화시킨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도 중요한 과제다. 현재 운영 중인 번역아카데미는 정식 학위가 수여되지 않아 국내외에서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학진흥법' 개정을 통해 기관의 역할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투데이/송석주 기자 (ssp@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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