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대출 증가 비율, 16년간 최고…개인 파산 건수는 12년 만에 최다치
지난해 자살 사망자 2만 명 이상…소득 불안정한 젊은 층 부채위기에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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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높은 이자율과 생활비 상승으로 인한 개인 부채가 일본인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일본 소비자 대출은 16년 만에 가장 높은 비율로 증가했으며, 가계대출은 지난해 역대 최초로 소득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저금리에 익숙한 일본 국민이 늘어나는 대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일본 평균 가계 부채는 2023년 기준 655만엔(약 6060만 원)으로 증가해 평균 연봉인 459만5000엔(약 4600만 원)을 웃돌았다.
이런 실태는 개인 파산 현황에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개인 파산 건수는 2024년, 1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의료계에 종사하는 한 60대 여성은 빚 돌려막기의 악순환에 빠졌다고 토로했다. 대출을 대출로 돌려막다 보니 부채는 총 1100만 엔(약 1억170만 원)까지 늘어났고, 결국 파산을 신청했다.
이 여성은 일부 대출 이자가 18%나 됐는데, 일본 금융청이 발표한 평균 대출 이자율인 14~16%보다도 높았다.
2023년 개인 파산 신청자는 7만 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신와로펌의 기모토 시게키 변호사는 법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수치가 올해 7만5000명에서 8만 명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 10월 일본은행(BOJ)이 발표한 금융 시스템 보고서도 가계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며 주택을 소유한 젊은이들이 늘어나며 이자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거운 부채로 신음하는 나라는 일본만이 아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일본이 부채보다는 저축의 나라로 더 잘 알려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문제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고 꼬집었다.
부채 문제의 중심에는 낮은 급여가 있다. 일본은 세계에서 네 번째 경제 대국인 동시에 주요 7개국(G7) 국가 중 급여 수준이 가장 낮다. 게다가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이 차입 비용을 인하할 때 BOJ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최신 비교 수치에 따르면 일본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2년 기준 이미 122%에 도달했다. 지난 10년간 같은 비율이 꾸준히 감소한 영국과는 대조적이다.
일본 내부적으로 더 많은 대출을 감당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낮은 수준의 급여는 대출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다쿠야 호시노 다이이치생명연구소 수석 경제학자는 "임금이 낮은 기업이 아직 있고, 이런 기업은 가격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대별 부채 금액으로 따졌을 때도 저축 금액이 적고 안정적인 수입이 없는 젊은 층이 대출에 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3년 기준 29세 이하 1인 가구의 평균 부채 금액은 992만 엔(약 9200만 원)으로, 10년 전 대비 3배로 불어났다.
같은 해 후생노동성과 경찰청이 발표한 자살 사망자는 총 2만1818명으로, 당국은 물가 상승에 따른 경제난이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금융청(FSA)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계획 없이 빚을 지게 되면 수년간 빚더미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족한 재정 지식은 부채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2022년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은 인플레이션의 정의와 분산 투자 등 기본적인 경제 개념에 대해 미국과 주요 유럽의 국민보다 낮은 인지도를 보였다.
일본 4대 대출 기관 중 하나인 SMBC 소비자금융과의 모리카와 요시마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비가 대출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 광고로 20대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픽텟 자산운용 저팬의 오쓰키 나나 수석 연구원은 "어떤 사람들은 임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어 대출받고 있을 것"이라며 주택담보대출 상환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 개선으로 차용인들의 소득이 증가하면 부채 상환 확률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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