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ㆍ가전 전시회 'CES 2014'를 찾은 기자가 가장 관심 있게 본 제품은 스마트 안경이었다. 당시 '구글 글라스'와 소니 '스마트 아이글라스'를 직접 체험해 봤는데, 새로운 경험이었다.
'구글 글라스'를 쓰고 오른쪽 안경 테두리를 쓸어내리자 눈앞에 지도가 펼쳐졌다. 대형 화면에서 펼쳐지는 축구 경기를 소니 '스마트 아이글라스'를 쓴 채 관람하니, 눈앞에선 해당 경기의 자세한 정보들이 떠올랐다. 스마트 안경이 네비게이션도 되고, 축구 해설가 역할도 한 셈이다.
거기까지였다. 과거 SF 영화와 만화 드래곤볼에서 보던 장면이 당장 현실화될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비싼 가격과 사용의 불편함, 더딘 기술 발전, 콘텐츠 부족 등 다양한 요인이 발목을 잡았다. 한때 유행했던 3D TV와 3D 안경이 시장에서 사라졌던 이유와 비슷했다.
이대로 끝인가 싶던 스마트 안경은 10년 만에 부활에 성공했다. 인공지능(AI), 확장현실(XR) 시장 확대 속에 스마트 안경 시장은 글로벌 빅테크들의 격전장이 됐다.
최근 메타가 선보인 '레이밴'의 실시간 통역 업데이트 기능은 스마트 안경 시장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9월 출시된 '레이밴'은 음악을 듣거나 전화 통화가 가능하다. 사진과 동영상 촬영은 물론이고, 메타 AI와 대화도 할 수 있다.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이용자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대화하면 안경의 스피커를 통해 상대의 말을 영어로 들을 수 있다.
디자인 면에서도 10년 전과는 전혀 다르다. 과거 제품은 투박하거나, 누가 봐도 '스마트 안경'일 수밖에 없는 디자인이었다. 반면 레이밴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다양한 모양의 안경과 선글라스 등을 볼 수 있는데. 패션 브랜드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디자인이 잘 빠졌다.
안경 렌즈에 구현되는 디스플레이도 발전하고 있다. 최근 떠오르는 건 실리콘 웨이퍼를 기판으로 사용하는 '올레도스(OLEDoS)'다. 실리콘 웨이퍼를 기판으로 사용하면 높은 화소 수를 구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제품 크기와 무기를 줄이는데도 도움을 준다.
삼성전자도 구글과 협력해 이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삼성전자는 내년 1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산호세에서 열리는 '갤럭시 언팩'에서 스마트 안경 시제품을 처음 공개할 예정이다. 구글 제미나이를 활용해 휴대폰을 꺼내지 않고도 길 찾기, 번역하기, 메시지 요약 등과 같은 기능이 실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밖에 애플, LG전자, 샤오미, 바이두 등도 스마트 안경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년의 기다림 끝에 기지개를 피고 있는 스마트 안경 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위해선 선결 과제들이 있다.
카메라와 녹음 기능, 게다가 AI 까지 탑재한 스마트 안경은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스마트 안경 사용자가 동의 없이 다른 사람을 비밀리에 촬영하고 녹음하거나 개인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메타의 스마트 안경 레이밴은 유럽에서 정식 출시를 하지 못했다. 북미 지역과 영국 등 일부 지역에서만 판매 중이다.
콘텐츠 확보도 필수적이다. 스마트 안경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와 콘텐츠가 충분히 등장해야 한다. 제아무리 잘 만들어진 스마트 안경이라도 콘텐츠가 받쳐주지 못한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기술의 발전은 필연적이며, 항상 저항에 부딪혀 왔다. 프라이버시 등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가 등장한다면 앞으로 10년 후엔 안경이 스마트폰을 대체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투데이/송영록 기자 (syr@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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