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대표단 보내 반군과 관계 구축
과도정부 일단 환영···기대와 의구심 동시에
튀르키예 시작으로 각국 대사관 재개관 채비
알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린 시리아 반군 조직 HTS의 수장이자 시리아 과도정부 실권자인 아흐메드 알샤라(오른쪽)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사에서 스티븐 히키 영국 특사와 면담하고 있다. SANA텔레그램 채널/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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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을 몰아내고 과도 정부를 수립한 시리아 반군이 내각 구성에 속도를 내며 정권 이양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과거 ‘테러 단체’라는 의구심을 보냈던 반군이 시리아의 새 통치세력으로 부상하자, 대표단을 파견해 반군 지도부와 접촉하는 한편 시리아 대사관을 다시 열 채비를 하는 등 관계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시리아 과도정부는 21일(현지시간) 아사드 하산 알시바니를 외교장관으로, 무르하프 아부 카스라를 국방장관으로 각각 임명했다. 두 인사 모두 주요 반군 조직에서 각각 정치부서와 군사조직을 이끌었던 이들로, 특히 ‘아부 하산 600’이란 가명으로 알려진 카스라 신임 국방장관은 알아사드 정권을 붕괴시킨 반군조직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의 주요 군사작전을 지휘해온 고위급 인사다. 이 둘을 포함해 현재까지 14명의 과도정부 장관이 임명됐다.
앞서 시리아 반군 연합은 지난 8일 수도 다마스쿠스를 함락하고 알아사드 정권을 몰아낸 지 이틀 만인 지난 10일 반군 행정조직을 거친 무함마드 알바시르를 과도정부 임시 총리로 추대했다. 알바시르가 이끄는 임시 내각은 내년 3월1일까지 과도 정부를 운영하며 정권 인수 작업을 진행한다. 알바시르 총리는 신임 국방장관과 함께 조만간 옛 반군 조직과 과거 정부군에서 이탈했던 지휘부들을 통합해 군 개편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도 시리아의 새 통치세력이 된 반군과 접촉하며 관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전날 다마스쿠스에 대표단을 보내 과도정부 실권자이자 HTS 지도자 아흐메드 알샤라(옛 가명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와 회동했다.
미국은 알아사드 정권 시절인 2012년 시리아와 외교관계를 끊었고, HTS 역시 알카에다와 연계됐다는 이유로 2018년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특히 알샤라는 미국이 현상금 1000만달러(약 145억원)를 걸며 수배령을 내렸던 인물로, 미국 정부는 이번 만남 후 현상금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알샤라 역시 알카에다 등 극단주의 테러단체와 연계를 거듭 부인하고 종교 다양성과 인권을 존중하는 정권을 수립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서방에 연일 유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반군과 과도정부엔 13년간 내전으로 무너진 시리아 경제를 회복하고 국가를 재건하기 위해선 미국 등 서방의 경제 제재 및 테러단체 지정 해제가 필수적이다.
면담에 참석한 바버라 리프 미 국무부 근동지역 담당 차관보는 알샤라가 이슬람국가(IS) 등 테러단체가 시리아나 미국 및 역내 파트너들을 상대로 위협을 가하는 것을 막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또 여성과 인종·종교적 다양성을 포용하는 새로운 정부로 이행하는 과정 및 논의의 중요성에 대해 소통했다고 전했다. 그는 알샤라와의 면담이 “꽤 생산적이고 상세했다”면서 “우린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다른 서방국들도 속속 시리아로 대표단을 보내 반군 및 과도 정부와 접촉했다. 유럽외교협의회 연구원 줄리앙 반스 데이시는 “서방 국가들은 HTS가 테러단체로 지정돼 있음에도 우선 HTS와 협력해야 한다는 결론에 빠르게 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24년 철권통치가 종식된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마르제 광장에서 알아사드 정권의 비밀경찰 등에 의해 실종된 이들을 찾기 위한 사진이 걸려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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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는 긴 내전과 알아사드 정권 붕괴 끝에 수립된 과도 정부를 일단 환영하는 한편, 반군이 ‘테러단체’란 오명을 벗고 성공적으로 시리아를 재건할 수 있을지 기대와 의구심을 동시에 보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아직까지 HTS의 테러단체 지정을 해제하지 않았으나, 이들이 향후 포용적이고 민주적인 정부를 수립한다면 이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각국 외교당국도 시리아에 대사관을 재가동할 채비를 하고 있다. 반군 조직을 지원하며 시리아에 영향력 확대를 노려온 튀르키예는 알아사드 정권 붕괴 후 가장 먼저 대사관을 재개관했고, 이어 21일 카타르도 13년 만에 대사관을 다시 열었다. EU도 외교공관을 다시 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내전 기간 폐쇄했던 대사관에 다시 국기를 게양했으나, 보안 기준이 충족될 때까지 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온 이란은 반군이 다마스쿠스를 함락시키자 자국 외교관과 이란혁명수비대를 곧바로 철수시켰으나, 이후 알아사드 정권 붕괴를 인정하고 반군과의 협력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이란 외교부는 “시리아에 있는 이란 대사관을 다시 여는 게 우리의 의제 중 하나”라며 반군과 관계 개선을 타진하고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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