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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합치거나 줄이거나…中굴기·트럼프 변수에 車업계 대응 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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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혼다 합병엔 기대 크지않아…폭스바겐, 비용효율 위해 감축

현대차그룹, 전동화 전환은 선방…SW 등엔 합종연횡으로 대응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전동화 전환으로 촉발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구도 재편이 중국의 굴기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판매량 기준 세계 7, 8위인 일본 자동차회사 혼다와 닛산이 합병을 추진하고, 세계 2위 완성차그룹인 폭스바겐이 본국 직원 3분의 1을 감축하는 것은 이러한 재편에 대응하는 대표적 예로 꼽힌다.

다만 업체들의 대응은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거나 인원 감축 등으로 규모를 줄이는 양 극단적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데 모두 비용 효율화를 위한 조치라는 점에는 업계에서 이견이 없다.

이러한 판도 재편 속 국내 유일이자 글로벌 3위 완성차업체인 현대차그룹이 어떤 대응을 할지도 관심사다.

연합뉴스

기자회견장서 손잡은 혼다와 닛산 사장
(도쿄 EPA=연합뉴스) 우치다 마코토 닛산자동차 사장(왼쪽)과 미베 도시히로 혼다자동차 사장이 1일 일본 도쿄에서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양사 사장은 혼다와 닛산자동차가 맺은 '동맹'에 미쓰비시 자동차가 합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24.08.02 passion@yna.co.kr


◇ '7위 혼다+8위 닛산=?'…"SW업체와 손잡았다면…"

2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7, 8위이자 일본 2, 3위 완성차업체인 혼다와 닛산은 이달 중순 합병 계획을 밝히고, 이르면 몇개월 내 양사 통합방식이 담긴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예정이다.

혼다와 닛산은 2024년도 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기준 각각 380만대와 34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할 전망인데 두 업체가 합쳐질 합산 판매량은 720만대에 이른다.

여기에다 닛산이 최대 주주인 미쓰비시까지 통합될 경우 총판매량은 800만대에 이르고, 지난해 기준 73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한 현대차그룹을 뛰어넘게 된다.

혼다와 닛산은 전동화 전환기 속 경쟁력 회복과 비용 효율화를 위해 합병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혼다는 트럭 등 닛산 상용차 기술을, 닛산은 혼다 하이브리드 기술을 공유할 수 있고, 전고체 배터리, 자율주행 등 미래 성장동력에 중복적으로 투자되는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시너지 전망에도 불구하고 완성차 업계가 이른바 '약자들의 동맹'인 혼다와 닛산 합병에 거는 기대는 크지 않다.

혼다와 닛산의 통합은 다른 업체와의 성공적 인수합병으로 글로벌 2, 3위로 발돋움한 폭스바겐그룹이나 현대차그룹보다는 5위권으로 떨어진 스텔란티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2020년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PSA 그룹의 합병으로 탄생한 스텔란티스는 합병 전인 2019년 각각의 판매량은 420만대와 350만대로, 총 770만대에 달했다.

하지만 스텔란티스 출범 후인 2021년 총판매량은 620만대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617만대까지 떨어지며 순위가 6위까지 내려앉았다.

일부 외신은 일본 경제산업성이 경영 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대만 폭스콘이나 행동주의 사모펀드의 표적이 된 닛산을 구하기 위해 혼다를 끌어들였다는 해석도 제기하고 있다.

두 업체가 전동화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개발 경쟁에서 뒤처져있는 것을 고려할 때 SW 및 인공지능(AI) 분야 파트너와 손을 잡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현재 상황이 좋지 않고, SW에 강점이 없는 두 업체가 만나 챔피언이 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한 뒤 "기술 혁신 없이는 (이 동맹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폭스바겐
[EPA=연합뉴스]


◇ 폭스바겐 직원 ⅓ 감축…"불확실성엔 몸집줄이기가 최고"

몸집 불리기에 나선 일본 업체들과 달리 독일 폭스바겐은 오히려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폭스바겐 노사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오는 2030년까지 독일 내 일자리를 3만5천개 이상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는 독일 직원 12만명의 30%에 달하는 규모다.

최근 폭스바겐은 비상 경영을 선언하며 독일 공장 10곳 중 최소 3곳을 폐쇄하고, 전체 직원 임금을 10% 삭감하는 방안을 노조에 제시한 바 있다.

폭스바겐이 대대적인 인원 감축에 나선 주요 이유로는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이자 폭스바겐 판매량의 3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의 부진이 꼽힌다.

폭스바겐은 1980년대 중반 중국에 진출해 현지 공장을 잇달아 지으며 선전했으나 최근 중국 내수 침체와 BYD(비야디) 등 현지업체 급성장으로 입지가 좁아졌다.

폭스바겐그룹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9년 19%에서 지난해 12%로 급감했다.

특히 중국에서의 부진은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쳤는데 올해 폭스바겐그룹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29억700만유로(19조3천557억원)로, 판매량 기준 3위인 현대차그룹(21조3천681억원)보다 2조원가량 밑돌았다.

특히 1∼3분기 영업이익률은 5.4%까지 떨어지며 현대차그룹(10.2%)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폭스바겐은 이번 합의로 인건비 15억유로(2조2천700억원)를 포함해 연간 150억유로(약 22조7천억원) 이상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중국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을 지배하고,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관세까지 직면하게 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이런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면 몸집 줄이기가 제일 좋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만난 도요다 아키오 회장과 정의선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 현대차그룹, 전동화 대응은 선방…SW 등은 합종연횡으로

글로벌 자동차산업 재편에 완성차업체들이 너도나도 자구안을 내놓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대응도 주목된다.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차그룹은 앞서 거론된 폭스바겐, 혼다, 닛산 등보다 전동화 전환은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중국이 굴기하고 있는 자율주행 등 SW 분야나 개발비용 효율화 면에서는 합종연횡 방식을 택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0월 미국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웨이모는 웨이모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인 '웨이모 드라이버'를 현대차 아이오닉5에 적용하고, 해당 차량을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인 '웨이모 원'에 투입한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판매량 기준 글로벌 5위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승용차와 상용차를 공동 개발·생산하고, 수소를 포함한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협력하는 내용을 담은 포괄적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여기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글로벌 1위 완성차그룹인 도요타의 도요다 아키오 회장과 지난 10월 한국 용인, 지난달 일본 도요타시에서 잇따라 공개 회동하며 미래 자동차 시장의 성장동력인 수소 분야 협력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필수 교수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혼자 살기 어려우니 이른바 '적과의 동침' 합종연횡이 대안이 되고 있다"며 "마이너끼리 뭉쳐서 메이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메이저끼리 손을 잡으면 그 파급력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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