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삼성·현대·롯데카드 거친 외부인 영입
'확고한 1위' 목표 신한카드 본부장급 파격 발탁
하나·KB는 부행장·지주 CFO 출신 내부에 기회
각사들 CEO 전면 교체해 실적·위상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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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카드업계에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카드사 저마다 새로운 인물을 리더로 내세우며 2025년 치열한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들 새 CEO에게는 공히 카드사의 본원적 경쟁력을 극대화하면서 실적반등과 체질개선으로 경영역량을 입증하고 미래먹거리까지 발굴해야 하는 녹록지 않은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발현될 수익성·고객확보 경쟁과 순위싸움이 주요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외부전문가 CEO로 최초 영입하는 파격
올 연말 업계 CEO 인사에서 단연 도드라진 곳은 우리카드입니다. 우리금융그룹 핵심자회사 중 하나인 우리카드에 그룹 내부 출신이 아닌 외부인사가 최초로 영입됐습니다.
과거 공적자금이 투입된 역사적 경험으로 다른 금융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직문화가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우리금융의 외부인 발탁은 그만큼 예상치 못한 '파란'으로 여겨집니다.
차기 우리카드 CEO로 내정된 진성원(61) 전 현대카드 오퍼레이션본부장은 30여년 다양한 카드사에서 몸담은 업계 전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1963년생으로 부산 브니엘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삼성카드에 입사하며 업계 입문했습니다. 10여년 삼성카드 재직후 현대카드로 자리를 옮겨 마케팅실장, CLM(Customer Lifecycle Management)실장, 금융사업실장 등으로 일했습니다. 이후 2020년에는 롯데카드 고문을 지냈습니다.
진성원 우리카드 사장 후보자. 사진ㅣ우리금융그룹 |
우리금융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는 지난 20일 진성원 후보자를 우리카드 CEO로 추천하면서 "삼성카드를 시작으로 30여년 동안 카드업계에 종사하며 마케팅·CRM·리테일·오퍼레이션(Operation) 등 주요영역에서 역량이 검증된 전문가"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삼성카드·현대카드·롯데카드 등 다양한 비즈니스모델과 기업문화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독자결제망 구축으로 홀로서기 중인 우리카드의 업계 위상을 강화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추천 배경을 밝혔습니다.
진성원 내정자가 직면한 가장 큰 숙제로 실적개선이 지적됩니다. 2024년 3분기 누적 우리카드의 당기순이익은 140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0%가량 증가했습니다. 분명 호실적이지만 같은 기간 5527억원의 순이익을 낸 업계 1위 신한카드와 비교하면 갈 길이 멀고, 해외여행서비스 '트래블로그' 약진에 힘입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하나카드(1844억원)에는 밀리고 있습니다.
2014년 우리카드 출범후 최근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새로운 성장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전문가를 전격 발탁했다는 우리금융 자추위의 설명에서 위기의식과 절박함이 느껴지는 건 이 때문입니다.
신한금융그룹 계열 신한카드는 부사장을 거치지 않은 본부장급 인사를 곧장 CEO로 중용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신한카드를 이끌어갈 새 리더로 낙점된 박창훈(56) 내정자는 1968년생으로 신한카드에서 페이먼트(Payment)그룹, 신성장본부, 영업추진팀 등 디지털·영업 관련 핵심부서를 두루 거쳤습니다.
신한금융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는 "문동권 사장 임기만료에 따라 박창훈 본부장을 신임 사장으로 발탁·추천했다"며 "신한카드를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시키는데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박창훈 신한카드 사장 후보자. 사진ㅣ신한금융그룹 |
신한카드의 CEO 교체가 이변으로 받아들여지는 건 문동권 현 사장의 무난한 연임이 업계에서 정설로 회자된 때문입니다.
신한카드는 올해 상반기 본업인 결제분야 시장점유율, 해외카드이용액에서 업계 선두를 차지하는 양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양호한 수익성을 보여줬습니다. 문동권 사장 취임 첫해인 작년에도 총결제취급액 190조5950억원으로 전업카드사 1위에 올랐고 순이익 6206억원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냈습니다.
다만 연간 순이익은 전년인 2022년 6414억원에 견줘 3.2%(208억원) 감소한 것입니다. 신한금융 자경위는 박창훈 본부장을 낙점하면서 "현재 신한카드는 카드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2위권 사업자와 격차가 줄고 있고 업권을 넘나드는 치열한 경쟁에서 차별적인 성장모멘텀이 부족하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업계 2위 삼성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3.6% 증가한 5315억원으로 신한카드(5527억원·17.8%↑) 턱밑까지 올라와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신한금융 자경위는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7월 그룹 수익성 개선에 기반한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제시했고 이를 위해서는 신한카드의 성과 확대가 필수적"이라며 "CEO 교체를 통해 과감하게 내부체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데 방점을 뒀다"고 밝혔습니다.
'1등카드사' 도약 목표로 하는 KB
KB금융그룹 핵심계열사 KB국민카드 역시 새로운 리더를 맞이합니다. KB금융지주는 이달초 일찌감치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후보로 김재관(56) 현 KB금융지주 재무담당(CFO) 부사장을 내정했습니다.
김재관 KB국민카드 사장 후보자. 사진ㅣKB금융그룹 |
김재관 후보자는 KB국민은행 중소기업고객부장, 기업금융솔루션본부장,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등 그룹 핵심직무를 두루 경험했습니다.
중소기업과 개인고객 관련 상품·서비스 전문성을 토대로 기민하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전환을 주도하며 속도감있는 실행력을 통해 KB국민카드를 '1등카드사'로 도약하도록 하는 경영관리 역량을 보유했다고 KB금융 대추위는 평가합니다.
2022년 1월부터 KB국민카드를 이끌어온 이창권(59) 사장은 '2+1' 임기를 채우고도 양호한 실적에 추가 연임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습니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704억원으로 1년 전보다 36% 큰폭 증가했습니다.
KB국민카드가 향후 1등카드사 약진을 목표로 CEO 교체카드를 선택한 것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트래블로그' 성장세 이어야할 하나카드
하나금융그룹 주요 자회사 하나카드는 카드업계 기존 판도를 뒤흔드는 '메기'로 등장했습니다. 24시간 365일 모바일 환전을 내세운 하나금융그룹 대표적인 해외여행서비스 '트래블로그'가 2022년 7월 출시되면서 드라마틱한 성장세를 그리고 있습니다.
올해 3분기 기준 하나카드의 누적 순이익은 1844억원으로 1년전(1274억원)보다 무려 44.8% 증가했습니다. 누적 순이익 규모로는 금융지주계 카드사(신한·KB국민·하나·우리) 중 3위에 머물고 있지만 이익개선폭은 가장 큽니다.
성영수 하나카드 사장 후보자. 사진ㅣ하나금융그룹 |
이달 중순 하나금융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그룹임추위)는 트래블로그 카드 히트를 주도한 이호성(60) 하나카드 사장을 차기 하나은행 대표이사 은행장 후보로 영전시켰습니다.
바통을 이어받아 하나카드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낙점된 성영수(59) 현 하나은행 부행장에게 트래블로그 지속성장을 통한 업계 선두권 진입이 과제로 맡겨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성영수 후보자는 1965년생으로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하나은행에서 경기영업본부장, 외환사업단장, CIB그룹장을 거쳐 현재 기업그룹장으로 재직중이며 하나금융지주 그룹CIB부문장도 겸임하고 있습니다.
그룹임추위는 "내정자는 하나은행에서 다년간 축적한 기업영업부문과 외환부문 경력을 토대로 하나카드가 최근 성장세를 보이는 법인카드 시장과 트래블로그 등 글로벌 관련 상품의 시장내 위치를 확립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하나은행 등 관계사와 협업을 제고해 그룹 비은행부문의 한축을 담당할 수 있는 회사로 성장시킬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습니다.
삼성벤처투자 대표에서 카드사 CEO로
삼성카드는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김이태(58) 삼성벤처투자 사장을 내정했습니다.
김이태 삼성카드 사장 후보자. 사진ㅣ삼성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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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태 후보자는 1966년생으로 경상고(경남)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학 학·석사를 취득했습니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 출신으로 2016년 삼성전자에 합류해 글로벌커뮤니케이션 그룹장과 대외협력팀장으로 일했습니다.
작년 11월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를 맡아 벤처생태계 개방형혁신(Open Innovation)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삼성카드는 김이태 내정자가 금융분야 경험과 풍부한 네트워크를 통해 기존 결제·금융사업을 넘어 디지털·데이터 혁신에 기반한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확장을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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