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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논단]진퇴양난 의대입시,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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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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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던 의료 개혁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동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그렇다고 원점(原點)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의대와 상급종합병원이 모두 돌이킬 수 없는 쑥대밭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정부의 비현실적인 정책에 절망해서 오래전에 사직해 버린 전공의를 ‘처단’하겠다는 엄혹한 비상계엄 포고령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의대 입시 중단을 요구하는 의료계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제라도 수시입시 미충원 인원의 정시 이월을 제한하고, 정시의 규모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육부는 요지부동이다. 의대 교수와 학생들은 대학 총장에게 직접 읍소하기 시작했다. 의학 교육과 의료 체계를 망치는 '부역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에도 '대학의 자율권을 더 이상 침해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대의 현재 인력·시설·예산으로는 정부가 추진한 비현실적인 증원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명백한 사실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요란스럽게 강조하던 5조원 규모의 재정 지원과 의대 교수 1000명 증원도 공염불이 됐다. 탄핵 정국의 혼란 속에서 교육부가 마음대로 막대한 예산을 의대에 쏟아부을 수는 없다.

이제 의대 증원의 부담은 온전하게 의대 교수의 몫으로 남겨지게 됐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국민에게 돌아간다. 의대에 진학한 학생들이 평생을 ‘윤석열 세대’라는 부끄러운 낙인을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 제대로 된 의학 교육을 받지 못한 의사에게 건강을 맡겨야 하는 미래의 국민도 엉터리 ‘윤석열 표 의료 개혁’의 피해자다.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특히 올 한 해 동안 휴학했던 의대 학생들이 복귀하면 예과 1학년 강의실은 평소의 최대 5배에 이르는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루게 된다. 최소한의 교육도 불가능해진다는 뜻이다. 강의실 벽을 허물고, 주차장에 천막을 친다고 해결될 일이 절대 아니다.

의대 증원에 의한 부실 교육의 파장은 의대에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의대 교육보다 훨씬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이 필요한 ‘전공의 수련’도 불가능해진다. 대형 수련병원이 한 해에 수용할 수 있는 전공의가 고작 100여 명 수준이다. 증원으로 늘어날 인원의 수련을 위해 당장 빅5급 대학병원 15개를 더 지어야 한다는 뜻이다. 돈도 없고, 인력도 없고, 환자도 없다. 천지개벽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의료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일이 쉬울 수는 없다. 전국 39개 의과대학이 3118명의 수시 전형 합격자를 발표한 상황이다. 31일부터는 1492명을 선발하는 정시 모집도 시작된다. 의대 진학을 원하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 이제 총장이 특단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의료계의 뼈를 깎는 반성도 필요하다. 의료계의 거친 ‘투쟁’은 실패했다. 다양한 직역의 의사도 설득하지 못했다. 특히 젊은 전공의·의대생과의 거친 갈등은 볼썽사나운 것이었다. 이제는 의료계가 국민을 직접 설득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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