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성명 통해 "언론은 내란세력의 스피커 노릇 멈춰라" 촉구
12·3 내란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변호인단 구성에 관여하는 석동현 변호사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앞에서 입장발표 후 자리를 뜨고 있다. 황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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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사태를 자행한 대통령 윤석열 측의 주장을 비판 없이 받아쓰는 이른바 '따옴표 저널리즘' 보도 행태가 내란세력의 선동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0일 '언론은 내란세력의 스피커 노릇을 멈춰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전날 윤석열이 40년 지기 변호사 석동현을 통해 전한 입장을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로만 규정된 내란수괴죄를 어떻게 해서든 피해 가려는 윤석열의 절박함이 반영된 지극히 계산적인 허위 발언"으로 규정했다.
앞서 전날 석동현은 국회로 간 군인들이 실무장하지 않은 상태였다거나 윤석열이 시민들을 다치게 하지 말라고 했다는 윤석열 주장을 전했다.
이는 윤석열로부터 직접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라거나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힌 계엄군 지휘관들의 국회 증언이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국회에 투입된 군인들이 각종 총기로 무장하고 실탄 수천 발과 수류탄을 챙겨 출동했다는 군 핵심 관계자와 목격자들 증언, 관련 자료 등과도 어긋난다.
민변은 "수도권 소재 일부 군 병원에서 계엄 하루 전 환자 폭증 상황에 대비해 환자 전시 분류작업을 했다는 사실, 계엄 선포 1시간 뒤 북한과 접경지역인 강원도 양구와 고성 군청에 군 병력이 무기와 통신 장비를 소지한 채 진입한 점 등을 놓고 볼 때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인명 살상까지 예비하며 유혈사태를 준비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날(19일) 많은 언론이 받아쓴, 내란·군사반란죄 피의자인 김용현의 옥중 입장문도 마찬가지였다"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앞서 13일 김용현의 변호인단이 '비상계엄의 선포 요건에 대한 판단은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통치행위이므로 사법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비상계엄 수사가 오히려 국헌을 문란하게 하는 내란행위'라고 한, 법리에도 맞지 않는 일방적인 주장을 언론이 받아 적은 데 이어 두 번째 충실한 전언이었다."
특히 "문제는 기자회견이나 입장문이라는 형식을 차용한 이러한 발언들이 대부분 거짓말이거나 확립된 법리에 어긋나는 데도 지금까지 나온 관련 증언이나 증거 자료와 이들의 발언 내용을 최소한이라도 비교 검증한 언론이 많지 않고 석 변호사와 김용현의 말을 그대로 받아쓴 기사가 대다수였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민변은 "어떤 죄질 나쁜 강력범죄 피의자가 정식으로 선임한 변호사도 아닌 '지인'의 입을 통해 자신의 결백함을 강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언론이 일제히 받아쓰게 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는가"라며 "그 특권은 결국 선정적인 받아쓰기에 목매는 언론이 부여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18일에는 언론이 하나같이 윤석열의 정신적 스승으로 알려진 천공의 유튜브 강의 영상 내용을 그대로 옮긴 기사를 쏟아냈다. 대부분 '윤석열은 하늘이 내린 지도자'라는 천공의 발언을 제목으로 따고 사실관계 확인이나 논평은 전무한 기사들이었다"며 "이번 비상계엄이 절대 내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원책 변호사의 주장 역시 받아쓰기 기사로 이날 대거 송출됐다. 17일에는 전광훈씨의 기자회견 기사들에 부정선거를 확신하고 계엄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주장이 오롯이 실렸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대부분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단순한 검토나 취재도 없이 발언자의 말이 근거 없는 음모론이나 허튼소리, 거짓말, 틀린 주장이라도 따옴표를 치고 그대로 베껴 쓰고 있으며 관련 내용에 대한 추가 취재를 통해 반론을 싣고 논평을 추가한 기사들은 그 수가 훨씬 적다"고 했다.
"노출 빈도가 높은 위와 같은 받아쓰기 기사들은 현재와 같은 체제의 위기 상황에서는 그 존재만으로도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친다. 이러한 보도들은 의도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내란을 합리화 내지 비호하고 내란세력에게 유리하게 각색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역할을 해, 이들 내란세력의 발화가 수신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추종자들에게 무리한 행동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주어진 뉴스의 소비자에 그치는 많은 시민의 판단을 오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변은 "궁극적으로는 언론의 존재 의미 자체를 소멸시키는 이른바 '따옴표 저널리즘'의 해악과 폐해는 오래전부터 숱하게 지적됐으나 그 양상은 날로 악화돼 왔다"며 "2차 계엄 모의가 있었다는 각종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어 시민들이 여전히 공포와 스트레스에 질려 있는 현 상황에서 관성에 젖은 언론의 무비판적인 받아쓰기 보도는 사실상 내란 선동의 길을 터 주는 몰지각에 이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언론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에게 정확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여론 형성에 기여한다는 저널리즘의 본령을 되새기라"며 "내란세력의 스피커 노릇을 당장 멈추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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