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19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오전 10시에는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양곡관리법 등 농업 4법과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지난달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한 6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11시에는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고, 점심 이후에는 국가안보실장 보고가 이어졌다. 경호도 대통령급으로 격상됐고, 일정 공지 또한 전날이 아닌 당일 오전 8시 체제로 바뀌었다.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몸만 그런 게 아니다. 마음은 더 바쁠 것 같다. 야당은 한 대행에 대한 탄핵을 '보류'했다.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일단 미뤄놨다. '두고 보겠다'라는 엄포다. 이번 6개 법안에 대해서도 야당은 사전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라고 압박했다.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에는 한 대행을 '내란 공범' '꼭두각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지난 18일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내란 특검법은 내년 1월1일이 처리 시한이다. 야당은 한 대행이 김건희 특검법·내란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지를 보고 '탄핵' 카드를 꺼내 들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곡관리법 등 정책법안과 달리 이들 법안은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 한 대행이 느끼는 부담감도 더 클 것이다.
김건희 특검법보다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법은 숙성될 만큼 숙성됐다. 지난 7일 본회의에서 세 번째로 부결됐을 때 찬성 198표, 반대 102표였다. 이미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6표가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2표만 더 이탈했으면 통과됐다. 이번에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본회의에서 200표를 넘겨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한 번은 수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커졌다.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것도 새로운 상황 변화다.
그러나 내란 특검법은 다르다. 한 대행은 내란 특검법에 '적극 가담 범죄혐의자'로 적시돼 있다. 자신이 조사를 받아야 하는 특검법이다. 국민의힘에서 강하게 반대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12·3 계엄에 대해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거부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내란 특검법'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한 대행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이 이르면 오는 27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임명을 할 것인가도 같은 맥락에 있다.
서산대사의 시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답설야중거(踏雪夜中去·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함부로 걷지 마라) 금일아행적(今日我行蹟·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이)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훗날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민심이 천심이고, 국민이 하늘이다.
소종섭 정치사회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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