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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텔레그램 속 드러난 국민의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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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그날 밤' 108명 갇혀 대혼돈

집결지 못 정하고 '국회-당사' 우왕좌왕

국회로 간 의원들 "경찰이 막는다" 포기

민주당 172명, 경찰 뚫고 담 넘어 국회로

"우여곡절 끝에 예결위회의장에 도착했습니다. 아무도 안 계시네요" 4일 00:10 송언석 의원

"(의총장은) 본회의장입니다. 예결위 아니에요" 00:11 우재준 의원

"(저는) 중앙당사입니다" 00:13 박덕흠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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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오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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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언론을 통해 공개된 '12·3 비상계엄 당일'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 속 국민의힘 의원 108명의 아우성은 소통단절과 조직력 한계라는 당의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의원들은 우왕좌왕 하는데 통솔자가 없었다. 당대표실과 원내대표실 공지가 국회에서 당사로 당사에서 제각각 엇갈려 나오면서 의원들은 오도가도 못했다.

국회로 간 의원들은 경찰이 막고 계엄군이 총을 들고 들어왔다며 무기력하게 국회 진입을 포기했다. 그러는 새 더불어민주당은 경찰을 뚫고, 담을 넘어 국회로 172명이 들어갔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이냐, 예결위장이냐, 당사냐 아직도 따지고 있는 사이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해제 요구안이 의결됐다. 45년만의 헌정위기 상황에서 국민의힘 의원 90명은 결국 아무것도 안 한 셈이 됐다.

추경호, 계엄 30분 후 첫 지시…세 번 바뀐 의총장



18일 공개된 당시 대화 전문에 따르면, 12월 3일 계엄이 선포된 직후 여당 의원들은 계파와 상관없이 모두 혼란에 빠졌다. 계엄이 선포된 직후인 밤 10시 30분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소속 의원 전원 국회 소집을 지시한 반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밤 11시까지 소속 의원들에게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 의원들의 의원총회 개최 요구가 봇물 터지 이어졌고,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는 11시 3분이 돼서야 '의총을 국회에서 개최하겠다'고 문자를 통해 공지했다.

다만 곧바로 원내지도부가 의총 개최 장소를 당사로 바꾸며 혼란이 본격적으로 가중됐다.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11시 7분 "모든 의원님들 당사로 모여달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11시 9분 추 원내대표도 의총을 당사에서 개최하겠다고 문자로 공지했다.

그러자 원외 신분으로 텔레그램 방에 들어올 수 없었던 한동훈 대표가 이를 뒤집었다. 한 대표는 11시 24분 주진우 의원의 손을 빌려 "즉시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 담을 넘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계엄해제 안에 반대하시는 분 계시냐"며 의원들의 국회 진입을 요청했다. 이에 추 원내대표는 11시 33분 재차 당사가 아닌 '국회 본관 예결위회의장'에서 의총을 개최한다고 공지를 바꿨다.

秋 "국회 예결위회의장으로"…의원들 "다 막혔다"



11시 3분부터 11시 33분까지 30분 만에 의총 개최 장소가 세 번이나 바뀌자, 의원들은 대체 어떤 지시가 맞는 것인지를 묻기 시작했다. 송언석 의원은 추 원내대표의 '의총 예결위회의장 소집' 공지가 있은 후인 11시 36분 "당사에서 모이는 것 맞지요"라고 되물었다.

다수 의원들은 일단 추 원내대표의 지시에 국회로 이동했지만, 경찰이 출입문을 봉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이 이어졌다. 송언석 의원은 11시 47분 "국회 출입이 안 된다"고 했고, 한지아 의원이 이에 11시 50분 "도서관 쪽으로 신분증 갖고 오시면 된다"고 답했다. 여기에 강대식 의원이 11시 50분 "도서관 쪽도 (출입) 안 된다"고 답했고, 이양수 의원도 11시 53분 "들어가지를 못 하는데"라고 했다. 이에 우재준 의원은 11시 54분 "담 넘어서라도 와 달라"고 썼다.

혼란한 상황이 이어지던 중 조정훈 의원이 11시 57분 "추경호 원내대표랑 지금 소통했는데, 들어가지 못하는 의원들이 있어 당사로 모이라고 했다"며, 다시 당사 소집을 언급했다. 이내 12시 3분 추 원내대표는 문자를 통해 당사 3층에서 비상 의총을 열겠다고 공지를 또 한 번 바꿨다. 이러자 우재준 의원이 "경찰이 적극적으로 막지 않는다"며 "가능하신 분들은 담을 넘어와 달라"고 재차 의원들에게 국회행을 촉구했다.

秋, 문자로만 "다시 당사 오라"…급박한 韓 "어떻게든 국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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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전 국회 본회의 계엄해제결의안 통과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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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 당사 - 국회 - 당사로 의총 개최 장소가 네 번째 바뀐 상황. 일부 의원들은 추 원내대표가 텔레그램방에 직접 등장해 명확히 지시해 줄 것을 촉구했다. 박형수 의원은 12시 4분 "메시지에 혼선이 있으면 안 된다. 추 원내대표가 직접 말씀해달라"고 했다. 박대출 의원도 "추 원내대표가 정리해달라"고 했다. 김희정 의원도 "집결장소 명확히 해주시길 바란다"고 썼다. 이인선 의원 역시 "뭔가 혼선이 있다. 비서실장이라도 메시지 달라"고 했다.

하지만 추 원내대표는 텔레그램방에 별도 메시지 없이 12시 5분, 7분, 8분에 각각 "당사 3층에서 비상 의총을 열겠다"는 문자 공지만을 남겼다.

조정훈 의원에 의해 12시 7분 당사에 18명 넘는 의원이 모여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최초 '전원 국회행'을 지시했던 한 대표가 다시 바빠지기 시작했다. 한 대표는 12시 7분 이번엔 우재준 의원의 손을 빌려 "본회의장으로 모두 모이십시오. 당대표 지시입니다"라고 국회행을 재차 촉구했다.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도 차례로 힘을 싣기 시작했다. 박정하 의원이 12시 7분 "국회 본회의장으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와야 한다"고 했고, 우재준 의원도 "최대한 각자 방법을 써서 (국회로) 와 달라"고 썼다. 박정훈 의원도 12시 9분 "본회의장으로 오셔야 한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이미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분오열인 상황이었다. 송언석 의원은 12시 10분 "우여곡절 끝에 예결위회의장에 도착했다. 아무도 안 계시네요"라고 텔레그램 메시지를 남겼다. 12시 3분 추 원내대표에 의해 의총 개최 장소가 다시 당사로 바뀐 뒤였다. 우재준 의원은 여기에 12시 11분 "본회의장입니다. 예결위 아니에요"라고 하며 송 의원의 본회의장행을 재촉했다. 박덕흠 의원은 12시 13분 그 밑에 "중앙당사입니다"라고 썼다. 지도부의 동일한 지시를 받은 같은 의원들의 위치가 모두 다른 '웃픈'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미 흩어진 與…'지켜만 본' 계엄 해제 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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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령이 해제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내 시설들이 파손되어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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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13분 뒤로는 원내지도부의 별도 지시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친한계 한지아 의원은 12시 26분 당 분열상을 직감한 듯 "국회에는 군 헬기가 뜨고, 군인들이 총을 들고 진입했다. (계엄사령부가) 정당활동 중지를 지시했다"며 "오늘은 우리가 똘똘 뭉칠 때다. 원내대표실에 계시지 마시고 본회의장 휴게실로 모여달라"고 촉구했다. 당시는 추 원내대표가 국회 본청 원내대표실에서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 한 대표에게 전해진 뒤였다. 김정재 의원은 12시 30분 이에 "국회에 들어가는 게 불가능해 중앙당사에 모여있다. 의원님들 50여 명 계신다"고 답했다.

혼란은 계엄 해제 직전까지 이어졌다. 지역 일정 중 급히 복귀한 최형두 의원이 12시 41분께 "지금 마산에서 막 도착해 국회 앞"이라고 하자 조정훈 의원은 이에 "당사로 오라"고 답했다.

결국 12시 47분, 여당에선 친한계 의원이 대다수인 18명만 들어온 채로 본회의장 문은 닫혔다. 1시를 기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사실상 야당 주도로 의결됐고, 어찌저찌 국회 담을 넘은 최형두 의원은 1시 15분 다음 스텝을 묻는 듯 "담을 넘어왔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조배숙 의원의 "이미 190명 찬성으로 해제 의결됐다"는 말을 끝으로 상황은 종료됐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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