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인플레로 금리 인상 연이어
버터 가격 급등해 도난 사건 급증
“기업 비용 증가로 이익 축소”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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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기업인들이 자국의 중앙은행을 향해 연이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금리 통화정책을 장기간 이어가자 기업인들이 분노를 표출하는 양상이다. 다만 러시아 ‘절대권력’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직접적인 비판을 하지 못하자 화살을 중앙은행으로 돌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21%다. 시장에서는 이달 중앙은행이 23%로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해 7월 기준금리를 7.5%에서 8.5%로 올린 뒤 지속해서 금리 인상을 단행 중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이 같은 행보는 러시아 정부의 이른바 ‘투 탭’ 정책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전쟁 수행을 위해 정부예산의 지출을 늘리는 동시에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전략이다. 현재 러시아의 물가상승률은 9%대를 나타낸다. 버터 가격이 급등해 러시아 슈퍼마켓에서 버터 도난 사건이 잇따르고 보드카 가격도 급등세다.
하지만 러시아 기업가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제대로 된 기업 활동이 어렵다는 목소리다. 러시아 최대 이동통신사인 MTS는 최근 이자 지급과 관련된 비용 증가로 3분기 순이익이 거의 90% 감소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는 지난 달 고금리 탓에 정유소 현대화 사업을 연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파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200개 이상의 쇼핑 센터가 부채 부담 증가로 인해 파산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진다. 철강업체 세베르스탈을 이끄는 러시아 억만장자 알렉세이 모르다쇼프는 최근 “오늘날 중앙은행 금리는 경제와 산업에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또 다른 재벌 올렉 데리파스카는 기준금리를 5%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기업이인들 비판이 푸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지는 못한다. 대신 중앙은행을 비난의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싱크탱크 카네기유라시아센터의 연구원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는 기업인들이 “푸틴에게 충성을 유지하면서도 점점 더 불만을 갖고 있다”며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가 이들의 ‘편리한 표적’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푸틴 대통령은 정책 기조를 바꿀 의사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지난 16일 기업의 지도자들에게 통화정책 이상의 것을 볼 것을 촉구하며 “경제가 금리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의 러시아 경제 전문가 야니스 클루게는 “나비울리나는 푸틴의 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통제가 필요하다면, 그는 러시아 경제를 불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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