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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쌀 공급과잉" "기본권 침해" 韓 대행, 위헌성 조목조목 짚어 [양곡법 등 6개 법안 거부권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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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기본원칙인 '시장원리' 위배

형평성 우려 등 거부권 배경 설명

민주, 탄핵 실익 없어 일단 보류

1월 1일 기한 쌍특검법 향방 관심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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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은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에 따라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 후 처음으로 이뤄진 적극적 대통령 권한 행사다. 한 권한대행은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재의를 요구하게 돼 마음이 매우 무겁다”면서도 법안의 위헌성을 일일이 짚으며 거부권 행사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권한대행 체제에서 야당의 압박에도 대통령 권한을 적극 행사하는 근거로 헌법을 제시한 것이다.

한 권한대행은 19일 국무회의에서 농업 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이들 법이 시행되면 시장 기능을 왜곡해 쌀 등 특정 품목의 공급과잉이 우려되며 막대한 재정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며 “재난 피해 지원 및 보험의 기본 원칙과도 맞지 않다”고 짚었다.

한 권한대행은 이어 “고질적인 쌀 공급과잉 구조를 고착화해 쌀값 하락을 더욱 심화시킬 뿐 아니라 시장 기능 마비로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막대한 재정 부담도 가중시킨다”고 덧붙였다. 이들 법안이 헌법의 기본 원칙인 시장 원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데다 형평성 논란이 발생하고 시장에 막대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점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거부권 행사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도 한 권한대행은 “원활한 예산 집행을 위해 국회가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 헌법 취지에 반한다”고 꼬집었고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헌법상 비례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해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고 기업 현장에서도 핵심 기술과 영업이익 유출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6개 법안은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정부·여당과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강하게 충돌해왔다.

전문가들은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고유 권한인 거부권을 행사하는 데 대한 부담을 헌법 가치를 강조하며 풀어나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한 권한대행의 발언을 살펴보면 헌법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며 “6개 법안 거부권 외에도 12·3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헌법재판관 임명 등을 이어가야 하는 만큼 적극적 통치권의 근거로 헌법을 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강하게 반발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거부권 행사 직후 “명백한 입법권 침해”라고 비판했으며 노종면 원내대변인도 “거부권을 행사한 사람 이름만 ‘윤석열’에서 ‘한덕수’로 바뀌었을 뿐 내란 정권의 망령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 권한대행의 탄핵소추 등 즉각적인 대응 조치에 나서지는 않았다. 이는 12·3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의 거부권 행사 시한이 남은 데다 한 권한대행이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담당할 3명의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권한대행을 탄핵할 경우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만 길어지는 등 민주당에서 얻을 실익이 없고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한 권한대행이 쌍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모르겠지만 오늘 행사한 거부권 때문에 한 권한대행을 탄핵한다면 오히려 민주당이 국정을 방기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권한대행의 고민은 이제 12·3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의 거부권 행사로 옮겨가게 됐다. 17일 정부로 이송된 두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기한은 내년 1월 1일이다. 한 권한대행이 쌍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민주당 등 야당은 한 권한대행의 탄핵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국무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헌법·법률에 부합하는지를 기준으로 검토할 계획”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는 문제를 두고는 “일단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나야 한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한순천 기자 soon100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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