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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앵커칼럼 오늘] 두 시계,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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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Janus)에서 나온 단어가 재뉴어리(January), 1월이야. 이 섬처럼 야누스 신에서 따 온 이름이지."

등대지기 부부가 사는 야누스 섬의 등대도 양쪽 바다를 비춥니다.

"야누스는 앞뒤로 두 얼굴을 지녔거든. 두 시선으로 늘 양쪽을 보느라 정신이 없어."

그리스 신화에서 크로노스는 시간의 신입니다. 카이로스는 기회의 신이고요. 그래서 '크로노스(Chronos)'는 절대적인 시간, 누구에게나 똑같이 흘러가는 시간을 뜻합니다.

반면 '카이로스(Kairos)'는 상대적인 시간, 사람에 따라 속도와 의미가 다른 시간을 가리킵니다.

어려서 천천히 가던 시간이, 늙으면 쏜살같이 가는 것처럼 말이지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다"고 하지 않습니까.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재명 대표의 시계에선 탄핵 심판과 윤 대통령 수사가 하염없이 느리게 가고 있을 겁니다. 선거법 확정 판결 전에 대선을 치르느냐 마느냐가 달려 있으니까요.

그런데 윤 대통령은 수사기관 출석 요구서 수령을 거부하고 압수수색도 회피하고 있습니다.

헌재의 탄핵 서류도 받지 않았습니다.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던 다짐이 무색합니다.

그런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재촉하려면 이 대표도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아야 합니다. 당연히 자신의 재판도 신속히 진행되도록 협조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대표에게 선거법 재판의 시계는 또 너무 빨리 가고 있는 모양입니다.

변호인도 선임하지 않고, 항소장 접수 통지서도 받지 않았습니다. 가뜩이나 질질 끌어 온 대북 송금 재판은, 법관 기피 신청까지 내 두어 달을 더 벌었습니다.

국민이 지켜보는데 체면도 염치도 돌아볼 겨를이 없는 걸까요.

순식간에 그리고 끝없이 안면을 몰수하는 중국 변검이 생각납니다.

오늘 어느 신문 사설입니다.

윤 대통령에게 '법꾸라지 행세 말라'고 했습니다.

'알량한 법 지식으로 국가 사법 시스템을 조롱하고 있다.'

그런데 자꾸 다른 사람 얼굴이 겹쳐 떠오릅니다.

12월 18일 앵커칼럼 오늘 '두 시계, 두 얼굴'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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