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한국 정부 1차 승소
90일 이내 논리 수정해 재주장 가능성
산업부 "끝까지 반박해 나갈 것"
포스코 포항제철소 3후판공장에서 후판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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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저렴한 전기요금이 사실상 정부 보조금이라며 한국산 철강 제품에 상계관세를 매긴 미국 상무부의 결정에 제동이 걸렸다. 자국 법원이 상무부 주장에 논리적 허점이 있다고 보면서다. 상계관세는 수출국이 보조금을 지급해 수출한 물건이 수입국 산업에 피해를 가져올 경우 수입 당국이 관세를 부과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조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이 현대제철이 자사 제품에 부과된 상계관세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여 미국 상무부의 판단을 파기환송했다. 이 소송에서 한국 정부는 3자로 참여해 원고와 공동 대응을 해왔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2023년 9월 한국의 값싼 전기료가 사실상 정부가 산업계에 제공하는 보조금 역할을 하고 있으며 특히 철강 등 4개 산업의 전기 사용량 비중이 불균형적으로 많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특정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현대제철, 동국제강이 미국에 수출하는 후판(두께 6㎜ 이상 철판)에 1.1% 상계관세를 부과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특정성은 어떤 보조금이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한정됐음을 의미한다. 법률이나 규정에 따른 경우 '법률상 특정성', 법률·규정은 없지만 실제 운용 결과 특정 산업이나 기업이 혜택을 볼 경우 '사실상 특정성'이 있다고 본다. 즉 한국의 싼 전기료가 해당 4개 산업군을 위한 혜택이라는 게 미국 상무부 측 주장인 셈이다.
한국 정부는 ①4개 산업이 다른 산업 등 전체 산업 환경에서 불균형하게 보조를 받았다는 근거가 없으며 ②전기는 누구나 쓰고, 널리 사용되는 재화인 만큼 4개 산업을 혜택 대상으로 묶으려면(그룹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들어 반박했다. 4개 산업에 대한 특정성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박 주재료인 후판은 두께 6㎜ 이상 강판을 일컫는다. 현대제철 홈페이지 캡처 |
미국 국제무역법원은 이 같은 한국 측 논리를 수용, 상무부의 판단을 파기 환송했다. 구체적으로 △미국 상무부의 불균형성 판단이 단순 전기 사용량만을 참고한 점 △4개 산업 간 공통된 특성을 제시해야 그룹화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상무부는 이번 판정 이후 90일 이내에 특정성과 관련한 기존 판단을 수정해 국제무역법원에 다시 제출해야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결론을 속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상무부 측의 주장에 대해 끝까지 반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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