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쟁 블로거들, 자국 안보 기관 역량에 의문 제기
CCTV에 우크라 대담한 작전 생생히 잡혀
이고르 키릴로프 폭사 사건 현장 |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러시아군 고위 간부가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폭사하면서 러시아 내부 여론이 동요하고 있다.
배후로 지목된 우크라이나가 최근 러시아에서 대담한 암살 작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안방'에서 주요 인사가 잇따라 목숨을 잃으면서 안보 역량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7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 화생방전 방어 사령관인 이고리 키릴로프 중장 폭사 사건에 대해 "러시아 내부에 공포와 증오를 확산시키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은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소행으로 추정되는데, 모스크바에서 러시아군 지휘관을 암살할 수 있다면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라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미 최근 자국에서 발생한 잇단 암살사건으로 체면을 구길대로 구긴 상황이다.
지난 몇 달간 러시아 제52 폭격기연대 소속 조종사와 흑해 미사일 함대 참모총장, 미사일 현대화 작업을 담당했던 과학자 미하일 샤츠키 등이 잇따라 목숨을 잃었다.
키릴로프 중장은 전투 지역이 아닌 곳에서 암살된 인사 중에는 가장 고위급으로 꼽힌다.
러시아 텔레그램 뉴스채널인 '바자'는 크렘린궁 코앞에서 벌어진 공격이 당황스럽다고 논평했다.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은 자국 안보 기관의 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13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텔레그램 채널 '라이바르'(Rybar)는 암살로 군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채널은 "우리가 전장에서 어떠한 성공을 거둘지라도, 또한 아무리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편은 항상 고통스러운 반격을 가할 기회가 있다"며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CCTV에 잡힌 암살 사건은 대담하고 계획적이었다.
키릴로프의 아파트 단지 앞에 놓여있던 전동 킥보드는 오전 6시경 그가 건물 밖으로 걸어 나오자마자 폭발한다.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고 경보음이 울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CCTV 화면에 담겼다.
사건 발생 이후 사진들을 보면 폭탄은 전동 킥보드 핸들 바에 숨겨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폭탄의 양도 300g 정도의 소량으로 가까운 곳에 있는 목표물만 타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뉴스채널 바자는 우크라이나가 맞은편 아파트나 인근에 주차된 차량에 설치된 카메라 등을 통해 키릴로프를 감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텔레그래프는 이렇게 정밀한 공격은 SBU의 특징으로 꼽히며, SBU도 키릴로프 암살 사건 발생 전날 그를 전범으로 규정해 암살 명단에 올리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소행임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크렘린궁을 동요시킬 수 있다고도 봤다.
특히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을 앞두고 종전 협상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안방에서 굴욕을 당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편집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도 진단했다.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의 나이절 굴드 데이비스 선임연구원은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에서 현역 장군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사실은 엘리트들을 크게 당황하게 할 것"이라며 "이번 일은 지금까지 사건 중 가장 중대한 사안"이라고 해석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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