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87년 체제서 잘한 대통령 없어"…일각 '내각제 개헌' 해석도
野, '탄핵정국 국면전환용' 진정성 의심…이재명 "헌정질서 신속 복귀해야"
비상의원총회에서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발언 |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박경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정국에서 여당이 개헌론 불씨를 지피려 하자 야당은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바로 선긋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나 "1987년 헌법 체제 이후에 일곱 번째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는데 제대로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대통령이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개헌론의 운을 뗐다.
그는 현 대통령제의 '승자독식' 문제를 지적하며 "좀 더 많은 국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고 상생과 협력을 할 수 있는 제도로의 변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권 권한대행은 지난 13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서도 "지금이 헌법을 개정할 적기"라며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를 시작하자고 요청한 바 있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최근 윤석열 대통령까지 대통령 탄핵소추가 세 차례나 있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권력구조 개헌의 필요성을 보여준다는 것이 권 권한대행의 시각이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대통령 4년 중임제 등으로 권력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권 권한대행은 이날 대통령제를 '올 오어 낫싱'(전부 아니면 전무) 게임'으로 규정하면서 "과연 우리 현실과 잘 맞는지 좀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권 권한대행이 현행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짚었다는 점에서 내각제 개헌론을 얘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 권 권한대행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기존 헌법 체제에서 우선 권력 구조 개편을 논의해야 한다는 게 평소 지론"이라며 "현행 대통령제 보완 및 내각제 등 다양한 방향을 열어놓으면서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개헌론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비상계엄 사태와 윤 대통령 탄핵소추로 여권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야당에서도 당위성을 부정하기 어려운 개헌 카드를 통해 수세 국면을 반전시키고 정국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내각제까지 열어둔 개헌론이 정략적 카드일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권 원내대표 발언이 내각제 개헌론이 아니라고 수습했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내각제라는 건 전혀 아니다"라며 "87년 체제를 넘어서는 좋은 체제라는 정도"라고 말했다.
자리로 향하는 이재명-권성동 |
조기 대선 시나리오에 시선을 고정한 야당은 여당이 개헌론을 꺼낸 저의를 두고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민주당은 현시점에서 개헌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고, 위헌·위법적 비상계엄 사태의 책임을 묻는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비상계엄 사태의 위법성에 대한 수사와 탄핵 심판이 완결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개헌 논의는 옳지 않다"라고 말했다.
권 권한대행의 제안이 결국 수세에 몰린 정국을 흔들어 보기 위한 계산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으로, 굳이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당에 등 돌린 민심 등을 고려할 때 정권 교체의 확률이 커진 상황에서 개헌 제안은 진정성이 없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직전에 개헌론을 꺼낸 전례도 회자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권 권한대행과의 회동에서 최근의 국정 불안 수습 방안으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헌정 질서의 신속한 복귀"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탄핵 결정이 정국 안정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ge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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