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국회 장악한 '법기술자'들…권한대행 권한 다투고 재판은 지연 전략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여야, 韓대행 헌법재판관 임명권 두고 답없는 ‘법적논쟁’

결국 나선 국회의장 “국회몫 재판관 3인, 실질권한은 국회”

韓대행 거부권 행사 두고는 여야 아전인수격 법적 해석

변호사 출신 이재명, 소송기록통지서 안 받으며 시간끌기

300명 중 61명 법조인 ‘역대최대’…“법적 논쟁만 몰두”

[이데일리 조용석 김한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여야가 빠른 정국 수습방안을 모색하는 대신 법적인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를 둘러싼 논쟁 외에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야당의 재판지연 전략까지 정치가 아닌 법률 싸움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야, 韓권한대행 헌법재판관 임명권 두고 답없는 ‘법적논쟁’

18일 여야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공석 상태인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 권한이 있는지를 두고 법적 논쟁을 이어갔다. 헌법에 따르면 ‘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한 권한대행이 재판관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두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일 뿐 궐위(자리가 비어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한 권한대행이 재판관 임명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검사 출신인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탄핵소추인인 국회가 헌법재판관을 추천하는 것은 마치 검사가 자신이 기소한 사건에 대해 판사를 임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대통령직에 복귀할 여지가 있기에 더욱 한 권한대행에게 임명권이 없다는 논리다.

역시 검사 출신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전 권한대행이 이신애 전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상황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황 전 대행은 탄핵심판 중에는 헌법재판관 임명을 못했고 종결된 후에 임명했다”며 “헌법적으로 권한대행의 임명권은 이 선례에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몫이었던 이신애 전 재판관과 달리 현재 3명은 국회 몫이라 차이가 있다는 주장에 그는 “법 기술자들의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여야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두고 법적 논쟁으로 치닫자 우원식 국회의장까지 나섰다. 우 의장은 입장문을 통해 “국회에서 선출한 3인은 대통령의 형식적 임명을 받을 뿐 실질적 권한은 국회에 있다”고 중재에 나섰다.

같은 맥락으로 한 권한대행에게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두고도 여야가 법적 논쟁을 벌이고 있다. 헌법재판관 임명권과 반대로 여당은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야당은 권한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심지어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를 위한 정족수가 국무위원과 같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인지, 대통령에 준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인지에 대한 논의까지 나온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실에서 회동, 기념촬영 후 자리에 앉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변호사 출신 이재명, 소송기록통지서 안 받으며 시간끌기

여의도 밖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재판 지연 전략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인해 조기 대선이 열릴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최대한 재판을 지연시켜 최종선고를 대선일 이후로 미루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을 담당하는 서울고법 재판부는 전날 이 대표 측에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세 번째로 보냈다. 서울고법은 앞서 두 차례나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보냈으나 ‘주소를 확인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송달되지 않았다.

여당에서는 이 대표가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수령하지 않으면 항소심 절차가 개시되지 않는 점을 노린 ‘시간 끌기’라고 비난한다. 주진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은 “재판부가 공직선거법에 따른 신속한 재판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소송지휘권을 적극 행사해 달라”며 “고의 재판 지연을 시도할수록 실질적인 페널티가 있어야 법률 규정대로 3개월 내 재판 선고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야가 탄핵정국에서도 국회 안팎을 가리지 않고 법률 논쟁에 몰두하는 까닭은 여야 모두 법조인이 다수 포진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22대 국회의원 300명 중 법조인 출신은 61명으로 전체의 20%가 넘는다. 종전 최다였던 18대 총선(299명 중 59명)보다 더 많아 역대 최다다. 민주당 37명, 국민의힘 20명, 조국혁신당 3명, 개혁신당 1명이 법조인 출신이다. 여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권성동(사법연수원 17기) 원내대표와 민주당 이재명(연수원 18기) 대표 역시 법조인 출신이다.

여당 소속 법조인 출신 의원은 “권한대행 관련 논쟁 등은 법률 문제가 아닌 정치로 풀어야 하는 부분인데 여야 모두 자꾸 법적 논쟁으로만 풀어내려고 한다”며 “정치가 법에 의존할수록 정치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