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교과서, '교과서' 지위 잃을 위기
"교육자료 되면 오히려 개인정보 더 유출"
"교과서발행사, 정부 대상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도"
지난 13일부터 15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교육혁신 박람회'에서 서울 경일초 김현아 교사와 초3 학생들이 영어 AI교과서 수업 시연을 하고 있다./교육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투데이 박지숙 기자 = 교육부가 2년 넘게 박차를 가해 온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거대 '암초'를 만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전날(17일) AI 디지털교과서의 지위를 교과용 도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의결되면서 '풍전등화' 신세가 됐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교육부뿐 아니라 교과서업계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개정안은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이에 교육부는 본회의 전까지 최선을 다해 국회를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으로 개정안이 의결된 터라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다.
AI 교과서를 교과용 도서(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지난달 28일 야당 주도로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전날(17일) 법사위에서도 야당 주도로 표결됐다. 야당은 AI 교과서의 막대한 예산, 학생 개인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AI 교과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AI 교과서가 교과서로 규정되면 학교가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교육자료가 되면 학교장 재량으로 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AI 교과서 보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특히 개정안 부칙에 '종전의 규정에 따른 교과용 도서도 개정 규정에 해당하지 않으면 교과서가 아닌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 담겨 지난달 검정을 통과한 AI 교과서들 역시 교과서 지위를 전부 잃게 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AI 교과서는 내년도 신학기부터 초등학교 3∼4학년·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1학년의 수학·영어·정보 교과에 적용될 계획이었다. 교육부는 차질없는 시행을 위해 대대적인 선도교사 선발과 교사 연수, 시범운영, 학부모 및 교원과의 소통 등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때문에 교육계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난 2년 동안 교육부가 핵심 과제로 집중해 온 정책 실행 노력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29일에는 내년 도입할 AI 교과서 총 76종이 최종 검정까지 통과했고, 이달에는 검정 합격본을 공개하고 수업 시연과 교사 연수 등을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진행 중이며, 학교별 인프라 구축도 마무리 단계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AI디지털 교육의 핵심은 교육격차 해소에 있어서 이를 교육적 관점에서 봐야 하는데, 정치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교육부의 역량이 집중된 사안인데다, 17개 시도교육청도 함께 걸려 있는 문제"라며 "교원연수도 올해 '선도교사'를 뽑아 내내 진행했고, 현재 교원 21만명을 대상으로 연수가 진행 중인데, 이를 '스톱' 시키는 것은 교육행정 전반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것이고 행정낭비"라고 강조했다.
특히 야당이 지적하는 학생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 대해서도 "AI교과서가 교과서 지위를 잃고 '교육자료'가 되면 개인정보를 오히려 보호할 수 없다"며 "지금 사교육 시장의 AI 학습 자료를 통한 학생 정보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다 나간다. 하지만 교과서 지위가 되면 학생 개인정보를 식별할 수 없도록 국가의 유관기관들이 관리하도록 다 마련해놨다"고 설명했다.
현재 AI교과서의 학생 정보 보호 등 교육데이터와 AI교과서 효과성 검증 등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케리스)이 맡는다. 케리스는 그동안 AI교과서 활용하는 학생들의 교육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정보보안 대책을 마련해왔다.
교육부는 디지털 교육 대전환을 이끌 '교실혁명 선도교사' 연수를 올 4월부터 4개월 동안 진행했다. 연수를 마친 후, 교육부는 17개 시도교육청과 지난 8월 교사들의 수업 혁신 정보를 나누는 '2024 교실혁명 콘퍼런스'를 대구 엑스코에서 개최했다. '2024 교실혁명 콘퍼런스'에 참가한 교사들이 시연 부스에서 AI디지털교과서 기능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교육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교육자료 되면 오히려 개인정보 더 유출"…"교과서발행사, 정부 대상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도"
교육당국뿐 아니라, 교과서업계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AI교과서를 만들고 검정까지 마친 교과서 발행사들의 경우 과목당 최소 30억원을 투자해 교과서 지위를 잃게 되면 중소업체는 줄도산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대영 교과서협회 이사장은 "발행사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AI 교과서를 개발했고 최종 검정까지 통과했는데 이제 와서 교과서 지위를 박탈하고, 그걸 또 소급적용하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교과서 발행사가 무슨 죄냐, 교과서업계가 전반적으로 경영난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AI교과서의 핵심 목표는 교육격차를 줄이는 것으로, 연구 자료에 따르면 기초학력이 떨어진 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도움을 준다"며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가 되면 비용이 교과서보다 올라가서 학교에서 안 쓸 수 있고, 지역 간 및 학교 간 기회균등이 깨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교육계 관계자는 "지난 달 검정이 통과된 총 76종 교과서 발행사들은 교과서 지위를 잃을 경우,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총 76종 교과서 발행사가 최소 2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하게 되면 정부가 바뀌어도 1500억원 정도의 소송비를 부담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원단체들은 AI 교과서 도입에 반대하는 측과 정치권 싸움에 교육현장 혼란만 야기한다는 비판이 교차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성명서를 내고 "교과서 박탈 지위 법안의 법사위 통과를 크게 환영한다"며 "국회가 본회의에서도 해당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초등교사노동조합은 "개정안의 법사위 통과로 AI 디지털교과서의 지위가 불확실해지면서 불필요한 혼란이 일고 있다"며 "교과서가 됐든 교육자료가 됐든 AI 디지털교과서가 학생들에게 미칠 교육적 효과에 대한 철저한 검토 이후에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1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AIDT 검정심사 결과 및 도입 로드맵 조정(안)을 발표하고 있다./교육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