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대통령제 검토 필요…변경 시점”
이재명 “중요한 것은 헌정질서 신속 복귀”
權, 야당 당대표 예방 차원… ‘말 속에 뼈’
권성동(오른쪽)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권 권한대행과 이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 및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처음 만났다. 이상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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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대용·박자연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후 만났다. 권 권한대행이 최근 원내대표에 뽑힌 후 야당 대표 예방 차원에서 이뤄진 만남이다.
권 권한대행과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민주당 대표 회의실에서 만났다. 권 권한대행이 지난주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선출된 이후 당내 상황에 따라 당대표 권한대행까지 맡게 되고서 이 대표와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인사와 공개발언을 통해 밝은 모습을 보이면서도 말 속에 ‘뼈’를 담아 상대에 대한 공세를 폈다.
권 권한대행은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최근 이 대표님 말씀 중에 우리 안보를 책임지는, 국방을 책임지는 국방장관에 대한 임명 필요성을 언급한 데 대해 저도 환영하고 정말 잘한 결정이라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런 작금의 사태, 우리 헌정사에 3번에 걸친 (대통령) 탄핵 정국”이라며 “대통령 중심제 국가가 과연 현실하고 잘 맞는지,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우리가 이 시점에서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권 권한대행은 “all-or-nothing(이것 아니면 저것) 대통령제를 좀 더 많은 국민들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상생 협력할 수 있는 제도로의 변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점에 관해 이 대표가 좀 더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셨으면 하는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선호도가 가장 앞서는 이 대표에게 현행 대통령제 개선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권 권한대행은 “지금 보니 감사원장, 법무장관 등 14건의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고 대통령 탄핵까지 이제 헌재가 다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작금의 국정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이전에 (민주당이) 남발한 탄핵소추 정치, 공세적 성격이 강한 탄핵소추는 좀 우리 국회 차원에서 철회해 헌재 부담도 덜어주고 많은 분이 탄핵소추로 인해 국정 마비 상태이니 그것도 풀어주길 말씀드린다”고 했다.
권성동(오른쪽)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나 서로 발언 순서를 양보하고 있다. 권 권한대행과 이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 및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처음 만났다. 이상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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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권한대행을 대표실에서 맞은 이 대표는 “국민의힘 상황이 녹록지 않을텐데, 확고한 지도력으로 혼란한 국정을 신속하게 정리해주시길 기대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얼마 전에 (권 권한대행에게) 전화드렸는데, 대학 선배님이고 어릴 때 고시(사법시험) 공부 같이 했다”며 “옆방 쓰던 선배님”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아주 가까운 사이인데 전화할 때도 말한 것처럼 정치가 복원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중앙대 법대 동문으로, 권 권한대행과 이 대표 모두 법조인이다.
이 대표는 “(서로) 존재를 인정하고 양보하고 타협해서 일정한 합의에 이르게 하는 게 정치 본연의 역할이다. 지금 현재는 안타깝게도 정치가 아니라 전쟁이 돼 버린 상황”이라며 “정치라는 게 정치인도 행복해야 한다. 국민도 나라도 안정돼야 한다. 정치인들이 종일 누군가를 제거하기 위해 싸우고 권력으로 오로지 내 이익을 어떻게 챙길지 노심초사 하면 본인도 불행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헌정질서 회복에 관한 문제인데 국정이 매우 불안하다. 국정안정이라고 말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헌정질서의 신속한 복귀라고 생각한다”며 “여러 방안이 있을 거고 입장 다르지만 국가의 경제적 손실이 엄청 크기 때문에 지금 국민들의 어려운 경제의 어려움, 대한민국 국격의 문제를 고려해 최대한 신속한 상태에서 회복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대화하지 못할 주제도 없고 협의하지 못할 의제도 없다고 생각한다. 적정선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게 얼마든 협의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잠재성장률에 맞춰서 지금까지 형식적인 균형재정, 건전재정에 매몰돼 경제 부문에 대한 정부 책임이 미약했다고 생각한다. 조속히 민생 안정을 위한 민생 추경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전향적 검토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재 대통령께서 직무 정지된 상태여서 국정이 매우 불안정하다. 대행체재가 완벽할 수 없어서 이럴 때일수록 국회 1당, 2당 모든 정치세력이 힘을 합쳐서 국정이 안정될 수 있도록, 위기 겪지 않도록 실제 협의해야 한다”며 “제가 제안드렸던 국정안정협의체에 대해 비관적 생각인 거 같은데, 저희는 다 양보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 교섭단체로서는 실질적 협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당대당 토론 논의는 사실 매우 잘 안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런 부분 소통 창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후 권 권한대행과 이 대표는 비공개 대화를 이어갔다.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은 총 40여분간 이뤄졌다.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8일 취임 인사차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을 방문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공개 석상에서의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의 퇴장을 기다리며 대화하고 있다. 권 권한대행과 이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 및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처음 만났다. 이상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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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만남 이후 기자들과 만난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공개발언 후 이어진 비공개 회동과 관련해 “오늘 회동에서 합의같은 게 있진 않았고 다만 합의라고 하면 자주 만나자는 공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 권한대행은 반도체특별법 등 조속히 정리하자 제안했고, 이 대표도 검토중이라고 화답했다”며 “현재 상황과 관련해 정치적 투쟁이 있지만 국민들 보기에 합의 만들자는 취지(대화가 있었다)”고 했다.
이 대표가 최근 제안한 여야정 국정안정협의체와 관련해 조 수석대변인은 “권 권한대행이 오후 3시 당 의원총회에서 한 번 더 논의해보겠다고 했다”며 “오늘 (두 사람이) 만난 거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의 추경 제안과 관련해선 “권 권한대행은 2025년 예산이 집행이 안 됐는데 급하지 않냐고 했고, 추경을 편성하면 구체적 항목에 대해 합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정도(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또 비공개 회동에서 웃음 소리가 이어지고 회의실 바깥에서도 들린 상황에 대해 조 수석대변인은 “아까 이 대표 말씀처럼 같은 학교 동문이고, 고시 공부하며 나란히 했고 개인적 친분이 있어 부드러운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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