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화생방 총괄 사령관, 모스크바서 스쿠터 폭발로 사망

러시아군에서 화생방(방사능·생물학·화학) 무기를 총괄하는 이고르 키릴로프(54) 중장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 키릴로프 중장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전쟁범죄자’로 지목돼 기소된 인물이다.

17일 러시아군 화생방(화학·생물학·방사능) 방호군 사령관 이고리 키릴로프 중장이 사망한 모스크바 폭발 현장. /AP

17일(현지 시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모스크바 남동부 랴잔스키 대로의 아파트 입구 근처에 있는 스쿠터(킥보드)에 장착된 폭발물이 터지면서 러시아 국방부 화생방 방호군 사령관인 이고리 키릴로프 중장이 사망했다. 그의 보좌관 일리야 폴리카르포프도 키릴로프와 건물 밖을 나서다가 함께 폭사했다.

타스통신은 “키릴로프 중장은 아침 일찍 모스크바 랴잔스키 대로 인근의 아파트에서 보좌관과 함께 길을 나서던 중이었다”면서 “그가 막 건물 현관을 나서는 순간, 근처에 놓여 있던 전기 스쿠터가 키릴로프 쪽으로 폭발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다. 수사위에 따르면 전기 스쿠터에는 위력이 약 TNT 300g인 폭발 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타스통신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 폭발물은 정확히 목표물 방향으로 터지도록 정교하게 설계돼 있었다”며 “휴대전화나 무선 조종 장치를 이용, 원격 격발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사건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부 측의 입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AFP 통신은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키릴로프의 제거는 SBU의 특수작전”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소식통을 인용해 키릴로프가 SBU의 작업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앞서 SBU는 우크라이나에서 금지된 화학무기를 사용한 혐의로 키릴로프 중장을 기소했다. SBU는 2022년 2월부터 키릴로프 중장이 전장에서 4800개 이상의 화학무기를 사용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영국도 이를 확인하고 키릴로프 중장을 개인 제재 명단에 올렸다. 미국 국무부는 당시 “러시아군이 ‘클로로피크린’이 들어간 무기를 사용해 1993년 화학무기 협약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핵심 역할을 한 러시아군 고위 간부가 각종 사고로 사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6일에는 러시아 점령지 포로수용소 소장인 세르게이 옙시우코프가 차량 폭발로 숨졌다. 올해 11월에는 러시아 해군 미사일 부대 사령관인 발레스 트란콥스키가 차량 폭발 사고로 숨졌다. 키릴로프 중장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개시한 이후 모스크바에서 폭발 사고로 사망한 러시아 군 관리 중 가장 고위급이다.

화생방 방호군은 화학 무기, 생물학 무기, 방사능·핵무기를 이용한 전쟁에 대비하는 특수군이다. 화생방 방호 장비 운영, 방사능·독성 물질 탐지, 각종 오염 제거 임무를 담당한다. 화학·생물학무기의 사용과 적의 화생방 공격에 대한 방어 작전도 수행한다.

김효선 기자(hyos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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