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선고가 먼저" "작금 상황에 원인 제공" 탓만
당내서도 비판…"석고대죄부터 해야"
전문가 "지지층에 李 포비아 자극 위해"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연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걸고 넘어지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부각해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16일 의원총회 참석하는 권성동 원내대표. /배정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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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연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걸고 넘어지고 있다. 계엄선포 직후 이 대표와 민주당의 탄핵·특검 남발과 삭감 예산안 처리가 국정을 마비시켜 계엄에 이르게 한 데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에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이 집권 여당으로서의 자성과 논리 대신 '이 대표 때리기'를 택한 이유는 지지층 결집에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 대통령의 탄핵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안에 대해 '부결'을 당론으로 정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 "여러 가지 이유로 정했다"는 답만 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의 계엄선포가 헌법과 법률상 요건을 갖추진 못했다고 인정했다. 권 원내대표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대통령을 파면할) 중대한 위반행위 여부는 헌법재판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즉답을 회피했다.
탄핵에 대한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큰 상황에서도 여러 차례의 의원총회를 통해 의견을 모아 정한 당론에 대한 이유조차 밝히지 못하면서 이미 주장의 설득력은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신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향한 비판에 집중하며 당의 분열과 위기 국면을 전환하려는 데 몰두하고 있다.
당 법률자문위워장을 맡고 있는 주진우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는 '이사 불명'이라는 전형적인 재판 지연 수법으로 소송 서류를 받지 않으면서 재판을 끌어왔고, 탄핵 재판은 법상 180일 이내에 하도록 돼 있다"며 "그렇다면 당연히 사법기능 원칙상 이 대표에 대한 재판이 먼저 선고되는 것이 원칙이고 그렇게 진행돼야 여야 균형이 맞다"고 했다.
전날엔 당 결의문을 통해 "이재명 대표의 '범죄 방탄 정치'는 작금의 국정 위기 상황에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다"며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에 대한 책임을 이 대표에게 돌리기까지 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이유와 비슷한 주장이다.
민심에 반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여권에서도 나온다. 탄핵 표결에서 찬성한 의원을 색출하거나 그들을 징계하자는 주장이 계속 나오면서다. 사진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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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에 반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여권에서도 나온다. 탄핵 표결에서 찬성한 의원을 색출하거나 그들을 징계하자는 주장이 계속 나오면서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정치쇼'에 출연해 "내란옹호당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일단 석고대죄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의총장에 나가서 분위기를 살펴보면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에 대해서 지나칠 정도로 안에서 비난하고 막 큰소리치고 이렇게 한다"며 "비상계엄을 혹시나 동조하는 그런 세력, 또는 동조하는 그런 정치인이 있다면 그분들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과연 생각하고 있는 분들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김종혁 최고위원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른바 친윤이라는 분들이 제기하는 논리라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당 비대위원장 선출을 앞두고 "'서로 잘 아는 사람끼리, 이심전심으로 당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끼리 가자'라는 분위기가 주도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데 완전히 보수 궤멸의 가능성까지 있지 않나 싶다"며 우려했다.
국민의힘의 이 같은 전략은 보수진영의 이 대표에 대한 불신과 공포를 자극하기 위함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신들의 논리가 합리적인지 여부와는 별개로 보수 진영 전체에 자리 잡은 '이재명은 안 된다'는 강한 기류를 이용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에 "국민의힘은 현재 조기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대한 프레이밍 강화 작업을 통해 주도권을 쥐고 나가려고 하는 것"이라며 "현재로서 여권이 유일하게 명분을 갖고 추진할 수 있고, 야당의 약한 고리이기 때문에 여기에 더 집착하게 된다"라고 했다. 최 평론가는 "중도이거나 합리적인 사람들에게는 비판받겠지만 보수 지지층에서는 먹힌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u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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