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과 북한군의 시신이라며 공개한 사진.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 캡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 정부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중 수십명이 우크라이나군과 전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다치거나 숨졌다고 밝혔다. 미 당국이 북한군 교전 및 사상자 발생을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합법적 표적된 북한군…우크라 국경 넘으면 확전”
16일(현지시간)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과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군이 격전지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전투를 벌였으며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상자 규모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순 없으나 수십명에 달해 “대수롭지 않은 피해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쿠르스크에 배치된 북한군은 전투에 참여했고 전투원으로서 우크라이나군의 합법적 표적이 됐다”며 “(그들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독립 주권국(우크라이나)을 상대로 침략전쟁을 수행하려 한다면 러시아와 북한 정부의 확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0월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파병된 북한군은 1만여명 규모로, 러시아가 탈환 작전을 펼치는 쿠르스크 지역에 집중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8월 이 지역을 기습 공격해 일부 점령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GUR)은 지난 주말 쿠르스크에서 벌어진 교전으로 북한군 최소 30여명이 다치거나 숨졌다고 주장했는데, 미 당국은 북한군 사상 소식을 이날 처음으로 확인했다. 한국 국가정보원도 17일 “여러 출저로부터 관련 첩보를 입수했다”며 “사실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모습이라며 공개한 영상.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사한 북한군의 얼굴을 소각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젤렌스키 텔레그램 캡처 |
젤렌스키 “푸틴 광기 멈춰야”…미국, 러 파병 관련 북한 장성 등 제재
우크라이나 매체 RBC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파병된 북한군 신원을 감추기 위해 전사자 얼굴까지 소각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북한군 파병 사실뿐 아니라 병력 손실까지 은폐하려 한다면서 “전쟁을 부채질한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광기를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같은 날 국방부 확대간부회의에서 “러시아군이 전체 전선에서 전략적 주도권을 확고히 쥐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군을 포함한 교전이 본격화한 가운데 미 국무부와 재무부는 북한의 러시아 지원 및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과 리창호 정찰총국장 등 군 고위급 인사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들은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을 이끄는 장성들로 지목된 인물이다. 그 밖에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노광철 국방상, 김금철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총장을 비롯한 개인과 북한 은행들도 제재 대상이 됐다. 제재 대상이 되면 당사자의 모든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고, 미국 여행이나 미국인과의 거래가 금지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11일 인민군 특수작전무력 훈련기지를 시찰할 당시의 모습. 흰 원안에 있는 신금철 인민군 소장(왼쪽부터)과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리창호 정찰총국장은 이번 정부와 미국·유럽연합 등이 발표한 대북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조 바이든 정부는 이처럼 북한에 대해 강경 노선을 이어가고 있지만, 내년 1월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북한과 비밀 협상에 나설 확률이 높으며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은 트럼프 당선인의 “북·미관계 개선 의지는 분명하다”며 “트럼프 집권 2기 동안 대북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북 정책 노선 바꾸나…“김정은과 잘 지내” 반복 언급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과의 비공식 외교채널을 되살려 집권 1기의 유산을 굳히려 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북한의 비핵화 대신 핵 프로그램 동결 및 신무기 개발 중단 등을 설득하는 쪽으로 노선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디플로맷은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 당시 북한과 공개적으로는 공격적 언사를 주고받으면서도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비밀리에 북한에 보내 역사적 회담의 토대를 닦았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30일 판문점 앞뜰에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더디플로맷은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 모두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온 만큼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내부 반대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트럼프 당선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무익한 (북핵) 군축 회담 대신 중국과의 경쟁이라는 더 광범위한 전략적 목표에 집중하려는 트럼프 당선인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될 경우 러시아와의 협력관계에 불확실성이 우려되는 김 위원장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북·미가 ‘데탕트(긴장완화)’를 추구할 유인이 있다고도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김 위원장에 대해선 “내가 잘 지내는 또 다른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 미국 “북한군 사상자 수십명” 첫 확인…“이미 합법적 표적”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170746001
☞ 푸틴 “우크라 전선, 우리가 우위···올해 189개 마을 점령”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170852001
☞ 트럼프 “우크라전 종전 위해 푸틴·젤렌스키와 대화할 것”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170914001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계엄해제, 탄핵 순간 사라진 국회의원은 누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