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입학 후 진단 치료 마치고 올해 복학
한국무용 열정으로 빠르게 학교로 돌아가
[서울=뉴시스]급성 백혈병으로 중환자실 입원 치료까지 했었던 한국무용 전공 여고생이 항암 치료와 조혈모 세포이식을 무사히 마치고 무대로 돌아갔다.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2024.12.17. phot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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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급성 백혈병으로 중환자실 입원 치료까지 했었던 한국무용 전공 여고생이 항암 치료와 조혈모 세포이식을 무사히 마치고 무대로 돌아갔다.
17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세연양은 선화예고 1학년이었던 지난해 5월 무용 실기수업 중 갑자기 평소보다 피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연양은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 어려서부터 준비해 오던 중 중학생 때 발목 부상으로 전공을 한국무용으로 바꾼 후 연습이 과해 몸이 힘들어졌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고등학교 입학 후 받게 된 학교 건강검진 결과에서 백혈구 수치가 높다는 말에 급하게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했고,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검사 결과 최고 위험군에 해당돼 바로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됐다.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은 골수 내에서 림프구계의 백혈구가 미성숙 상태에서 필요 이상으로 과다 증식하고 정상적인 조혈기능을 억제해 발생하는 악성 혈액질환이다. 20세 이하 백혈병 환자들의 8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항암치료만으로도 완치가 되지만, 세연이처럼 백혈구수가 수 십만이 된 최고 위험군 환자는 조혈모 세포이식도 필요하다.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백혈병 진단을 믿을 수 없었다. 세연양은 일반 중학교에서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할 만큼 무용을 잘 했고, 긴 시간동안의 연습도 매일 빠지지 않고 해왔으나 건강에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하루 종일 무용복을 입고 연습을 해서 피부가 붉게 올라왔다고만 생각했을 뿐 백혈병 증상 중 하나인 점상 출혈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결국 세연양은 가고 싶었던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휴학을 하게 됐다.
가족은 조혈모 세포이식을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기 전 동생처럼 여겼던 강아지 두 마리를 안고 소리죽여 우는 세연이를 지켜봤고 집안은 울음바다가 됐다고 한다.
세연양은 입원기간 예술고등학교에서 가장 큰 행사인 예술제 무대에 서지 못해 친구들을 부러워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투병 생활 동안 곁을 늘 지켜준 가족과 “세연이 너라면 버티고 이겨낼 수 있을 거야”라고 곁에서 격려해 준 친구들로 인해 힘든 치료 과정을 극복할 수 있었다.
세연양은 올해 초 이식 후 면역억제요법을 하던 중 다시 1학년 생활을 시작했다. 이식 후 최소 6개월까지는 여러 위험으로 학교생활이 어렵지만, 세연양의 배움을 향한 의지가 강했고 가족과 의료진은 뒷받침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꿈에 그리던 학교 예술제 무대에도 서게 됐다. 개교 50주년 공연은 물론 국립극장 공연까지 마쳤다.
이후 이식 13개월째인 지난 13일 실시한 5번째의 마지막 골수검사 결과 암세포가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백혈병 치료 과정에서 이렇게 학교에 빨리 복귀한 아이는 처음이라는 의료진들의 놀라운 시선을 뒤로 하고, 세연이는 2학년 진급 전 발표회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백혈병을 치료하는 동안 아이를 살려야겠다는 생각 밖에 못했다는 세연양의 엄마는 학교로 돌아갔을 뿐 아니라 건강을 되찾아 공연까지 하게 된 지금의 하루가 마치 기적과 같다고 한다. 특히 학교에 돌아오도록 애써주신 선화예고 모든 교사들과 공연까지 직접 방문하며 치료의 전 과정에 진심을 다한 의료진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표했다.
세연양은 “치료받는 동안 매일 좌절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할 때가 많았지만, 결국 시간이 다 해결해주니 힘내면 좋겠다"면서 “치료해주신 의료진 분들, 휴학할 때 건강해져서 꼭 돌아오라며 여러모로 도와주신 선생님들, 학교생활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는 한 살 어린 동생들에게도 고맙다고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혈액병원 윤희성 전문간호사는 “치료를 잘 받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그 자체가 저희에게는 보람이자 큰 선물”이라면서 “세연이의 한걸음 한걸음을 응원하고 늘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정낙균 교수(주치의)는 “소아청소년기 급성 백혈병은 많은 경우 치료가 가능해져 ‘불치병’은 아니지만, 힘든 치료 과정에서 좌절하고 학교에 다시 복귀할 때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이 많다"면서 "세연이의 의지와 가족의 따뜻한 지원이 항암 치료와 조혈모 세포이식 후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낸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을텐데 잘 극복하고 선화 50주년 동문 무용제라는 뜻 깊은 무대에서 친구들과 멋진 공연을 보여준 세연이를 보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면서 "백혈병을 치료하는 많은 친구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멋지게 성장해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가가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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