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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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가 국군방첩사령부가 계엄 당일 이상 동향을 감지한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 중이다. 군 주요 지휘부는 “계엄 선포령 전까지 계엄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는 데, 당일 이상 동향을 근거로 주요 지휘관들이 비상계엄을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3일 극비로 움직였다는 정황을 파악했다. 박 총장은 3일 오후 2시 30분 육군사관학교 교장 이취임식 행사를 주관한 뒤 집무실인 계룡대로 복귀하지 않고 서울에 남았다. 이에 대해 박 총장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후 4시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 독대했다”며 “한 달에 두 번 정도 이상 현안보고를 하는 상황이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장관이 저녁 9시 40분까지 장관 대기실에 와 있으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당시 대화 내용에 관해선 밝히지 않았다.
검찰은 이와 관련 군 주요 지휘관의 24시간 동선을 확인하는 방첩사령부가 박 총장의 3일 오후 동선과 사유 등을 놓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민국 육군 수장이 방첩사에도 동선을 알리지 않을 정도로 극비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방첩사 관계자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육군참모총장의 동선은 철저하게 사전에 계획된다. 하지만 3일 예정에 없던 동선이 포착돼 확인에 나섰는데, 사유가 정확히 확인이 안 됐다”며 “혹시 성비위 관련한 사고라도 터진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 밖에도 검찰은 3일 계엄령 선포 전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곽종근 특전사령관과 이진우 수방사령관과 통화한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 내용에 대해선 곽 사령관이 3일 오후 여 사령관에게 전화해 “설마, 오늘 무슨 일 생기는 거냐”며 계엄을 우려했고, 이에 여 사령관이 “한다면 왜 평일인 화요일에 하겠냐”는 취지의 대화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곽종근 특전사령관이 지난 10일 오전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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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여 사령관이 3일 비상계엄 선포 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잘 대비하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은 것으로도 파악됐다. 다만 여 사령관은 검찰에 “아침부터 해킹 사건으로 김 전 장관과 수차례 통화를 했다. 김 전 장관이 뜬금없이 ‘잘 대비하라’는 말을 해서 당시에는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여 사령관 측은 앞서 검찰 조사에서 “계엄 얘기를 초여름부터 대통령과 장관 측으로부터 듣긴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어서 진짜 계엄을 할 줄 몰랐다. TV 계엄 사실을 듣고 알았다”는 입장이다.
한편 검찰은 김용현 전 장관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여인형 방첩사령관·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이진수 수도방위사령관 등을 내란의 중요임무 종사자로 보고 차례로 신병을 확보하고 있다. 김 전 장관(10일)·여인형 사령관(14일)·곽종근 사령관(16일)·이진우 사령관(16일)을 차례로 구속했고, 지난 15일엔 박안수 총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외에도 검찰은 내란 우두머리(수괴)로 적시한 윤석열 대통령 측에 11일에 이어 16일 두 번째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지난 11일 1차 출석 요구에서 “15일 오전 10시까지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라”고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 측은 변호인단 구성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출석을 거부했다. 2차 출석 요구에서 검찰은 21일까지 출석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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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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