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수개월 전 초청받은 일정"
"대참도 못 시킬 중요 출장인가" 비판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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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탄핵 정국 여파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일본 출장을 떠나 뒷말이 나온다. 수개월 전 정해진 양국 최고위급 회의라는 입장이나, 내수 침체·고환율 등 경제 문제가 산적한 가운데 금융당국 수장이 자리를 비우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제8차 한·일 금융감독 정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 도쿄에 방문 중이다. 양국 금융당국 간 정례 회의는 한·일 관계 정상화에 따라 2016년 이후 7년 만에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개최된 바 있다. 지난해 정례 회의에는 김주현 당시 금융위원장과 이 원장이 모두 회담에 참석했는데, 일본에서 열리는 올해 회의에는 이 원장만 참여했다. 금융위는 17일 열리는 실무회의에 사무관급이 화상회의로만 참석한다.
금감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원장과 이토 히데키 금융청 장관은 글로벌 경제·금융 현황 및 양국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양국 시장의 동향에 대한 견해를 교환했다"며 "양 기관장은 금융권역 공통의 기회 및 도전 과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양국 당국 간 공조를 지속하고자 하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 원장은 17일에는 일본 주요 금융회사 및 밸류업 추진 우수기업 등과 현지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우리보다 앞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해 성과를 낸 일본 사례를 배우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금융권에서는 "이런 시국에 출장을 갈 때인가"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음에도 이날 코스피 시장은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로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 역시 1,430원대를 웃돌고 있다. 금융시장이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에서 공조 강화 정도의 사안이면 대리 참석을 시켜도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원장의 출장으로 이날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F4 회의)'에는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대참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적한 금융시장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둬도 모자랄 판에 해외 출장을 가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역대 금감원장 중 가장 많은 8번째 해외 출장이라는 점도 도마에 오른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정례적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열리는 행사로 초청받은 만큼 상대방 입장도 고려해야 했다"라며 "이번에 가는 김에 일본 금융사와도 만나 현재 한국의 상황도 설명하는 기회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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