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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월)

러시아 망명한 시리아 독재자, 현금 수천억도 함께 빼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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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9년 2.5억달러 현금 보낸 기록 확인

아사드 가족의 러시아 부동산 매입 시기와도 일치

시리아 내전 후 러시아 군사지원 받으며 동맹 강화

서방 제재받은 러시아 은행이 '현금 피난처' 역할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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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를 53년간 독재했던 아사드 가문이 정권을 빼앗기기 전인 2018~2019년 러시아에 2억 5000만 달러(약 3580억 원) 상당의 현금을 몰래 보냈다는 기록을 확인했다고 15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2018년 3월부터 2019년 9월 사이에 100달러 지폐와 500유로 지폐 등 2톤 분량의 현금을 총 21회에 걸쳐 모스크바 브누코보 국제공항으로 들여와 러시아은행에 예치했다는 기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은 시리아가 러시아의 군사 지원을 받기 위해 빚을 지고 있었고, 아사드의 일가친척들이 러시아에서 비밀리에 고급주택 등 자산을 매입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현금의 출처는 시리아중앙은행이다. FT는 기록은 2012년부터 시작되지만 2018년 이전에 시리아중앙은행과 러시아은행 간의 현금 이체는 전혀 없었다고 보도했다.

당시는 시리아에 외환 보유액이 부족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은행 한 관계자는 FT에 “2018년까지 시리아 중앙은행에 외환보유액이 거의 없었지만 제재로 인해 은행은 현금으로 지불해야 했다”며 “러시아에서 밀을 구입하고 화폐 인쇄 서비스와 ‘방어’ 비용을 치러야 했다”고 말했다.

FT는 아사드 정권이 러시아의 군사 지원을 핑계로 나라 재산을 사적으로 빼돌린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19년~2021년 미 국무부 중동 담당 차관보를 지낸 데이비드 쉥커는 “아사드 정권이 부당한 이득과 시리아의 해외 재산 확보를 위해 정기적으로 해외에 돈을 송금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기록이 그리 놀랍지는 않다”고 말했다. 앞서 FT는 아사드의 가족들이 2013년부터 모스크바에 최소 20채의 고급 아파트를 구입했다고 보도했다. 또 시리아 정권에 대해 잘 아는 소식통들 역시 시리아 국고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상황에서도 아사드와 그의 측근들은 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장악했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에 따르면 아사드와 측근들은 국제 마약 밀매와 연료 밀수를 통해 수입을 창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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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시리아의 ‘재산 피난처’가 됐다는 점에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아사드 정권은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과 반군의 공격을 2012년 개입한 이란과 2015년 전투기를 투입한 러시아의 도움 아래 버텨왔다. FT는 러시아 군사고문들이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고, 러시아 기업들이 시리아의 귀중한 자원인 인산염 공급망에 참여하면서 두 나라의 관계가 극적으로 깊어졌다고 분석했다. 시리아 법률개발프로그램의 선임 연구원인 에야드 하미드는 “러시아는 수년 동안 아사드 정권의 재정적 안식처였다”며 “특히 아사드 정권이 시리아 내전을 잔인하게 진압한 2011년부터 모스크바는 서방의 제재를 회피하는 ‘허브’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금융권에 대한 서방의 제재도 영향을 미쳤다. FT는 “시리아에서의 이례적인 송금은 아사드 정권의 연장을 위해 군사적 지원을 제공한 중요한 동맹국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로 국제금융시스템에서 밀려나면서 시리아의 가장 중요한 현금 수요처 중 하나가 되었음을 잘 보여준다”고 짚었다. 쉥커 역시 아사드가 10년 넘게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받은 압력을 고려할 때 “자신이 파리에서는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며 “그래서 돈을 모으고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피난처가 될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그것이 러시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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