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10일. '대한민국 대통령 당선인' 윤석열이 발표한 당선 소감은 헌법 존중, 의회 존중, 야당과 협치로 요약됐다. 역대 최소 득표율 격차(0.73%포인트·25만여표)로 2위 후보를 제친 이후의 공식적 일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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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런 말도 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고. 나라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게 어떤 건지, 또 국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경청해야 하는지. 우리가 선거를 하는, 이 경쟁을 하는 모든 것이 다 국민을 위한 것이므로,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서 우리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고.
역대 대통령들의 당선 소감과 비교해도 당시 윤 대통령의 발언은 다소 특이한 구석이 있었다. 근소한 차이로의 당선을 의식한 듯 몸을 낮췄고, 선거운동 당시 내세웠던 정책이나 철학을 말하는 대신 '헌법'을 언급하며 법조인 출신 원칙주의자의 향을 풍겼다.
"보다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더 많은 소통을 하겠습니다."
지난 4월10일 총선이 끝나고 엿새 뒤인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또 이렇게 입을 뗐다. 총선을 통해 나타난 국민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최선을 다 해도 국민들이 실제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정부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총선 참패의 원인을 안으로 돌리며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외교 무대에서는 어땠을까. 기억에 뚜렷하게 남을 만큼 그는 반복적으로 "'힘에 의한 현상 변경(Changing the status quo by force)'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2023년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동성명안 골자였던 외교적 수사이긴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에 앞선 2022년 11월 한·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도, 같은 해 9월 유엔(UN) 총회 기조연설에서도, 지난해 4월 방미에 앞서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이를 언급했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무력을 이용해 정세의 변화를 노리는 행위를 보편적으로 일컫는 개념이다. 여기서 '현상'은 이미 합의된 약속, 질서를 포함한다. 굳이 되짚자면 윤 대통령은 "자유를 무시하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에 결연한 연대로 대응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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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세 번째로 탄핵 심판을 받게 된 2024년 12월의 대통령은 이제 "끝까지 가겠다"고 말한다. 지난 14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내놓은 입장문에서 그는 강경한 태도로 지난 정부와 야당 탓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게 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치 생명이 어디까지인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워진 대한민국에서, 지지자들과 당사자에게는 오로지 '초심(初心)'만이 확실하다. 말과 글로 남은 과거 윤 대통령의 초심은 지금과 분명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새해를 한 달 앞두고 난데없이 계엄군이 국회 창을 깨고, 헌법기관을 점령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 된 평범한 소시민들은, 자영업자는, 재계와 자본시장은, 윤 대통령의 옛 발언을 떠올리며 여전히 허탈해할 수밖에 없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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