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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월)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트럼프도 김정은도 심상찮다…탄핵국면에 北·美 직거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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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와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인한 외교 공백을 틈 타 북·미 간 ‘직거래’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국의 권한 대행 체제와 미국 우선주의의 트럼프 행정부 취임, 핵 보유 노선을 추구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체제라는 구도 자체는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과 같지만, ‘주연 배우’의 캐릭터는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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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미 펜실베이니아주 한 농장에서 열린 공화당 선거 유세 중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가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 미 대사 옆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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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문제에서 ‘초짜’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이제 김정은과 직접 세 차례나 만난 경험이 있고, 김정은도 더이상 핵 무력 완성을 향해 앞뒤 보지 않고 질주하던 ‘로켓맨’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양측 다 ‘한국 패싱’도 개의치 않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초반에 속도를 낼 경우 한국 대통령이 없는 사이 북·미 정상회담 조기 성사도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성파 특사 임명…트럼프식 대북 정책 예고탄



트럼프가 14일(현지시간) “나의 책사”로 불러온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대사를 대북 업무 등을 다룰 특별임무특사로 지명한 건 그 신호탄일 수 있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와 북한을 포함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the hottest) 곳들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그리넬 특사의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중동, 인질 특사에 이은 네 번째 특사 인선으로 북한 문제를 우선순위에 놓고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이를 놓고 트럼프 당선인이 비핵화 추구라는 전통적 외교 문법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북한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리넬이 동맹과의 연대보다는 압도적 힘에 기반한 과감한 트럼프식 외교를 지지한다는 점 역시 북·미 대화의 속도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그리넬은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난 건 그를) 승인한 것이 아니라 그가 이웃 국가와 미국의 이익을 위협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었다”며 “그게 트럼프가 할 일”(7월 전당대회)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팟캐스트에 출연해선 “전쟁을 피하고 싶다면 국무장관으로 ‘개XX’를 두는 게 낫다”며 “강한 국무장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트럼프도 대북 직접 대화 가능성을 수시로 시사하고 있다. “난 김정은을 알고, 김정은과 매우 잘 지낸다. 난 그가 제대로 상대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강조한 지난 12일 미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외교가에선 그리넬에 대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의중이 정확히 전달되기만 하면 곧바로 행동에 착수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트럼프는 1기 때도 실무 협상에서 크고 작은 주고받기를 통해 합의안을 만드는 전통적인 ‘바텀-업’ 방식이 아니라 정상 간에 담판을 짓는 ‘톱-다운’ 방식으로 속도감 있게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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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진행된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김정은 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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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공언하는 등 임기 초 외교적 업정 달성에 큰 관심을 보이는 그로서는 러시아를 상대하며 동시에 파병 등으로 이미 우크라이나전쟁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는 북한을 다루려 할 가능성도 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2기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사태를 해결한 후 북한 문제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이번 그리넬 지명으로 이런 외교 현안을 동시에 접근할 가능성이 거론된다”고 지적했다.

탄핵 정국을 경험한 적 있는 익명을 요구한 전직 당국자는 “트럼프는 누구보다 김정은과 북핵 문제를 잘 안다는 자신감에 차 있어 1기 때처럼 한국의 의견을 듣거나 대북 정책을 조율할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리더십 공백이라는 한국의 국내정치적 상황은 개의치 않고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김정은과 직접 대화에 나설 수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집요한 대미 외교가 이뤄져야 한다”고 우려했다.



8년 전 ‘청와대 습격훈련’ 벌인 北, 아직은 잠잠



북한도 아직은 8년 전에 비해 신중한 모습이다. 북한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뒤 만 하루가 넘어가는 15일에도 관련 공개 보도를 내놓지 않았다. 지난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4시간 만에 온라인 관영 매체로 반응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북한은 당시 탄핵소추안 가결 이틀 뒤 김정은이 참관한 청와대 습격훈련까지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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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이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이틀 뒤 공개한 인민군 제525군부대 직속 특수작전대대의 '청와대 타격' 전투훈련.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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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안팎에선 김정은이 즉각적으로 한반도의 긴장감을 높이는 게 그리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꾸준히 감행해온 오물·쓰레기 풍선 살포는 계엄 사태 전인 지난달 29일이 마지막이었고, 미사일 발사도 지난달 5일 이후 중단된 상태다.

섣부른 도발이 한국의 대행 체제에 혼란을 주는 득보다는 트럼프를 자극하는 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북한은 판단했을 수 있다. 우선 핵무력을 완성해 협상력을 높인 뒤 다음 국면을 노렸던 2017년 초 상황보다는 여유가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2016년~2017년 고강도 도발을 이어갔고,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 발사 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2018년 초 대화 모드로 전환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전폭 지원하고 있는 상황도 북한의 숨고르기에 한몫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군수 물자와 병력을 본진에서 빼내 러시아로 보낸 북한으로선 ‘강 대 강’ 대응보다 대러 투자에 따른 반대 급부 회수를 저울질하며 이른 시기 대미 협상을 벌이는 게 낫다고 보고 있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자칫 한국이 배제된 가운데 북·미 간 협상이 속도를 내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한 채 ICBM 능력 등 미 본토에 대한 위협만 제거하는 ‘스몰 딜’이 이뤄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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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평양에서 정상회담 뒤 서명한 조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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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 새 행정부가 들어서고 대외 정책 방향이 결정되는 6개월의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며 “트럼프식 심복 외교에 접촉할 수 있는 인사들을 최대한 동원해 지금부터 한·미 간 공조를 철저히 구축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근평·박현주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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