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윤석열 ‘의원 체포 지시’” 진술···‘계엄 5인방’ 줄구속 코앞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오른쪽)이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상황을 묻는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때 국회에 예하 부대 병력을 투입한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이 “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왜 (의원들을) 끌어내지 못하느냐’는 질책을 들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인정한 세번째 진술이다. 검찰은 이 전 사령관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전날 이 전 사령관을 체포 후 처음 조사하면서 “윤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가까워오자 ‘왜 그걸 못 끌어내냐’고 화를 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국회 현장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수차례 전화를 받았고 마지막 2차례 통화에선 ‘끌어내라’는 지시를 들었다”며 “계엄 해제 표결이 가까워오자 윤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전화해 ‘왜 그걸 못 끌어내냐’고 언성을 높이며 화를 냈다”고 진술했다. 이 전 사령관은 이 통화에서 끌어내야하는 대상이 국회 본회의장 내 국회의원이라고 생각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국회를 해산하거나 권한 행사를 방해하려 했는지는 윤 대통령의 내란죄 성립 여부를 가리는 핵심이다.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 체포를 직접 지시했다는 진술은 곽 전 사령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 이어 이 전 사령관이 세번째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10시27분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이 전 사령관은 1경비단 35특수임무대대와 군사경찰단을 국회에 투입했다. 국회는 4일 오전 1시2분 계엄 해제를 의결했다.

이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서울을 방어하는 임무 책임자로서 ‘끌어내라’는 지시가 당황스러웠다”며 “대통령 지시라 전달했지만 이를 들은 부하가 ‘안 된다’고 했고 나도 ‘알겠다’고 하고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 전 사령관은 조사에서 수방사 내부 B-1 벙커에 체포한 국회의원을 구금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검찰 깃발이 비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전날 조사 내용을 검토한 검찰은 이날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권리해사 방해 등 혐의로 이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지난 13일 이 전 사령관을 체포한 지 이틀 만이다. 검찰은 이날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전 총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했다. 전날엔 곽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곽 전 사령관과 이 전 사령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16일 진행된다.

이로써 비상계엄 당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 병력을 투입하고 계엄 상황을 지휘한 군 핵심 수뇌부 5명이 모두 구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전날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계엄 실행을 주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 10일 구속됐다.

검찰은 주말 이틀 동안 군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에 본격 속도를 냈다. 검찰은 전날 안무성 육군 제9공수여단장을 불러 조사했다. 9공수여단은 특전사 예하 부대로 비상계엄 때 국회에 투입됐다. 검찰은 구속 상태인 김 전 장관 조사도 이어나갔다.

검찰과 별도로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역시 비상계엄에 연루된 군 관계자를 차례로 부르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13일 권영환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 나승민 방첩사령부 신원보장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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