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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경찰·공수처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위해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모두 뛰어든 가운데, 탄핵소추안 의결로 가시권에 들어온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 피의자 조사가 어느 곳에서 이뤄질지 관심입니다.
수사기관들이 앞다퉈 내란 사건 관계자 소환조사에 나서면서 이들이 조사받을 곳을 선택해 출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데, 윤 대통령 역시 비슷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같은 사건을 두고 수사기관들이 경쟁을 벌이면 피의자들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수사기관을 고르는 일종의 '수사기관 쇼핑'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수사권의 경계가 모호한 상황에서 피의자가 특정 기관 소환에 응하는 방식으로 해당 기관에 '주도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이번 내란죄 수사 역시 관계자 진술을 먼저 확보하려는 수사기관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조사 일정이 겹치는 일이 생기고 있습니다.
앞서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등은 하루 새 공수처와 검찰에 오가며 두 곳의 조사를 받았습니다.
두 사람 모두 오전에 공수처에서 짧은 조사를 받은 뒤 오후 검찰에 출석하면서 공수처 내부에서는 불쾌한 기류가 감지되기도 했습니다.
과거 수사기관들이 같은 사건을 '이중 수사'했던 대표적 사례는 김광준 전 검사 비리 사건을 들 수 있습니다.
2012년 11월 15일 김광준 당시 검사가 김수창 특임검사팀의 조사를 받은 뒤 서울서부지검을 나서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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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은닉 자금을 추적하던 경찰이 김 전 검사의 비리 혐의를 포착해 수사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다음 날 검찰이 특임검사를 지명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뛰어들면서 양 수사기관의 수사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양측은 독자 수사 노선을 걷겠다며 속도전을 벌였고, 급기야 김 전 검사를 비롯해 핵심 피의자들이 검찰과 경찰 양쪽 모두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김 전 검사에게 먼저 출석을 요구한 곳은 경찰이었지만, 김 전 검사가 조사에 응한 곳은 검찰이었습니다.
당시 변호인들이 김 전 검사에게 경찰보다는 자신이 몸담은 검찰에서 조사받을 것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핵심 피의자 진술 확보에 실패한 경찰은 수사 주도권을 뺏길 수밖에 없었고, 사건은 2012년 12월 검찰이 김 전 검사를 10억 원대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기소 하면서 일단락됐습니다.
이후 김 전 검사는 법원에서 징역 7년 형을 확정받았습니다.
이 사건은 윤 대통령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김 전 검사가 구속기소 된 뒤 경찰이 별도로 수사해 온 혐의로 김 전 검사를 검찰에 송치하자 2013년 2월 "이미 특임검사팀에서 기소한 사건"이라며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린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 바로 윤 대통령이었습니다.
내란죄 수사 주체를 두고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윤 대통령 역시 12년 전 김 전 검사 사례처럼 조사받을 곳을 스스로 선택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으로선 자신의 혐의를 벗기 위해 친정인 검찰에서 조사받기를 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김 전 검사가 검찰을 선택했다가 결국 중형을 확정받은 사례 등을 고려해 윤 대통령이 재판 유불리를 따져 공수처 등 다른 수사기관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김 전 검사 사례를 모르지 않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에 대한 소환 요구가 동시에 이뤄진다면, 그에 대한 수사가 어디서 이뤄질지는 수사기관이 아닌 윤 대통령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수사기관들의 조사 요구에 아예 불응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담화에서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면서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수사기관들은 윤 대통령이 정당한 사유 없이 소환에 불응한다고 판단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신병 확보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표언구 기자 eungo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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