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미국 IT기업 인사들을 만나며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 중 일부입니다. 현재 AI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각을 단적으로 알려주는 글인데요. AI를 도입하면 기업에 어떤 이익을 주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없었으니까요.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죠. AI를 도입해서 기업이 원하는 것은 쉽게 이야기하면 크게 두 가지입니다. AI로 '돈을 벌거나', '비용을 줄이거나'입니다.
그런데 도입이 쉽지 않은 이유는 투자비용이 너무나 크다는 것입니다. 아직까지 뚜렷하게 AI가 어떤 식으로 돈을 벌어주는지, AI로 어떻게 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다고 투자를 미루면 앞으로 이 시장에서 완전히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합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간다'가 기업가 정신의 기본이죠. 최태원 회장도 그 길을 가기로 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1월 22일 일본 도쿄대에서 열린 '도쿄포럼 2024'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SK그룹]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SK그룹의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은 역시 AI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IT 계열사들만 AI를 열심히 하라는 것이 아니고, 에너지, 화학, 가스, 건설, 소재, 유통, 바이오, 배터리 모든 계열사가 AI로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조직문화를 개선하라는 것입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조직개편이 있었는데요. 통신사 SK텔레콤과 IT 계열사 SK C&C가 중심이 된 '엔터프라이즈 AT(AI 전환) 태스크포스(TF)'를 'AIX(AI 전환) 사업부'로 정식 출범한 것입니다. AT나 AX나 큰 뜻은 같습니다. AT는 AI Transformation(전환)의 약자이고, X는 "무엇인가를 새롭게 변화시킨다"는 미지수죠. 혁신의 의미가 가미가 됐습니다.
'엔터프라이즈 AT TF'는 SK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ICT위원회에서 지난 6월에 신설된 조직입니다. 각 계열사 마다 AI 연구 개발에 나서면 인력과 비용이 효율적으로 쓰일 수 없겠죠. 그래서 연구개발(R&D) 역량을 한 곳으로 모으고, 각각 추진하던 사업은 시너지를 꾀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겁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AI는 아직 투자 대비 수익화가 어려운 시점이기 때문에 중앙에서 투자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6개월간 테스트는 거쳤고 앞으로 정식 사업부서로 이제 돈을 벌겠다는 의미예요. AIX사업부는 연말 조직개편에서 7대 사업부 체제로 개편한 SKT 부서의 하나로 부상했습니다. 이 곳은 기업이 쓰는 AI가 핵심입니다. B2B사업을 하겠다는 것이죠. 크게 ▲에이닷 비즈(A. Biz) ▲AI 마켓 인텔리전스(AI Market Intelligence) ▲통신 AI ▲제조 AI 4가지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합니다.
AIX사업부의 AI B2B 서비스 영역 [사진=SK텔레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에이닷 비즈' 요즘 기업들이 많이 적용하고 있는 AI 에이전트, 개인비서 역할을 하는 AI입니다. '에이닷'이 SK텔레콤이 만든 자체 AI 에이전트에요. SK텔레콤이 만든 챗GPT라고 보시면 됩니다. 회의 일정, 회의록·보고서 작성, 시장동향 요약, 지식 검색 등 일상 업무부터 여기서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이닷 비즈 프로(Pro)'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에이닷 비즈 프로'는 인사팀, 홍보팀, 법무팀이 활용할 수 있습니다. AI로 서류심사를 도와주는 'HR 에이전트', 보도자료 작성부터 기사 모니터링을 해주는 'PR 에이전트', 법령·판례를 검색해주는 '법무 에이전트'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합니다. SK는 일단 다음달 1월부터 SK텔레콤과 SK C&C 직원들을 대상으로 '에이닷 비즈' 베타 서비스를 제공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20개 이상의 SK 그룹사에 '에이닷 비즈'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향후에는 외부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인사·홍보·법무팀은 웬만한 회사면 갖추고 있는 조직이기 때문에 수요는 있을 것이라 봅니다.
'AI 마켓 인텔리전스'는 금융 시장 분석 모델을 AI로 고도화한 서비스입니다. LPG·LNG·유가 등의 원자재 트렌드를 예측해서 어느 타이밍에 가장 싸게 원자재를 구입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거예요. 앞으로는 반도체, 배터리 시장 예측도 돕는 AI 모델로 확장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한 Telco LLM(Large Language Model)/LMM(Large Multimodal Model)을 활용한 고객센터 AI 상담업무 지원 시스템을 국내 메이저 고객센터 중 최초로 10월부터 단계적으로 오픈, 베타 서비스를 한 달여간 성공적으로 운영했다. [사진=SK텔레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통신 영역에서는 AI 상담 업무 지원 시스템이 대표적이고요. 이미 지난 10월에 SKT 고객센터에서 베타 서비스를 운영하며 검증을 거친 바 있습니다. 마지막 제조 산업 영역의 AI는 생산원가 절감, 품질 향상, 개발기간 단축은 물론, 숙련자의 노하우를 데이터화해 비숙련자에게 표준화된 전문지식을 전이하는 제조 특화된 AI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SK텔레콤은 더 이상 통신사가 아니라 'AI 컴퍼니'라고 선언했습니다.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이제 AI로 돈을 버는 방법을 보여주겠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오늘 이야기한 B2B 사업을 비롯해 AI데이터센터와 B2C 사업도 있죠. 오는 2030년이면 매출의 35%를 AI에서 창출하겠다는 계획도 내놨습니다. SK텔레콤의 2030년 예상 매출은 30조원인데요. 여기서 35%면, 10조원이 조금 넘습니다. 지금은 AI에서 매출이 얼마인지 정확히 밝히지는 않습니다. 많지 않다는 뜻이죠. 5년 만에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은 매우 도전적으로 보입니다. SK텔레콤을 비롯해 거의 대부분 IT 기업들은 AI로 사업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는데요. SK그룹과 SK텔레콤, SK C&C가 AI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syu@newspim.com
저작권자(c)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