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탄핵 표결 운명의 날,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관저서 보다 회의
노무현 전 대통령 지방일정 후 회의
탄핵 표결 전 여론조사, 지지율 11%
지난 12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담화를 TV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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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별도의 외부 일정 없이 관저에서 핵심 참모들과 함께 국회의 표결을 지켜볼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마지막 회견이나 참모진들과의 인사를 위해 대통령실을 찾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국회로부터 탄핵소추의결서가 전달되기까지 통상 몇 시간 가량이 소요되는 데 이 때까지는 대통령의 직무가 유지된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표결 결과를 청와대 관저에서 지켜봤다. 이후 청와대에서 국무위원과 수석비서관을 만나 간담회를 개최하고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2016년 12월9일 오후 3시24분 박 전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시작돼 오후 4시9분쯤 탄핵안이 가결됐다.
박 전 대통령은 오후 4시53분쯤 청와대 위민1관 영상 국무회의실에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과 수석비서관들을 불러 마지막 회의를 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시국이 어수선하고 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 더욱 힘들어지는 것은 서민과 취약계층의 삶이었다”며 민생안정에는 단 한 곳의 사각지대도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고 각별하게 챙겨봐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비공개 간담회에서 박 전 대통령은 국무위원을 일일이 거명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얼굴이 다소 부은것처럼 보였지만 표정은 담담했고, 간혹 목소리가 잠긴 듯 들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때 박 전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모두 눈물을 흘렸다고 복수의 언론이 보도했다. 국무위원들은 박 전 대통령에게 “잘못 보좌해 죄송하다”, “흔들림 없이 국정을 수행하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고,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 미안하다”고 했다. 간담회는 오후 5시40분쯤 종료됐다. 박 전 대통령의 권한은 당일 오후 7시3분 정지됐다.
지난 2016년 11월 29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대국민 3차담화 발표를 마친 후 돌아서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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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은 간담회에 앞서 당시 최재경 민정수석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에 조대환 변호사를 임명했다. 직무 정지 이후 인사권도 정지되기 때문에 이에 앞서 인사를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도 이날 일부 참모진에 대한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3월12일 표결 당일 기존 지방 일정을 소화했다. 경남 창원에 있는 고속철 차량 제작업체 로템(현대로템)을 시찰하고 오찬장으로 향하던 오전 11시45분쯤 차량 안에서 가결 소식이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오찬장에 들어선 노 전 대통령은 “여러분들이 박수를 길게 쳐주셔서 가슴이 찡하네요”라며 “제 사정(탄핵안 가결)을 아시고 각별히 격려해 주시느라 열렬히 박수를 친 것 같다”고 한 것이 첫 공식 반응이다.
노 전 대통령은 “제가 직무정지가 되는데 오늘 저녁까지는 괜찮다”고 했다. 그러면서 “몇 달 뒤에도 여전히 대통령으로서 여러분께 약속한 것을 이행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며 “결코 좌절하지 않고 변화와 개혁을 반드시 성공시켜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진해에서 열린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도 예정대로 참석했다. 노 전 대통령은 기념 촬영을 하며 “내년에도 이 자리에 오고 싶다”고 말하자 생도들이 “파이팅”을 외쳤다고 한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을 수행하는 참모진들은 굳은 표정이이었다.
지난 2004년 3월 12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경남 창원시 소재 철차를 생산하는 (주)로템을 방문, 정학진 사장의 안내로 철차공장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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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4시30∼55분쯤 청와대로 돌아온 노 전 대통령은 긴급 국무회의를 마친 뒤 고건 총리 등 국무위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을) 겸허히 기다리겠다”며 “학습에 전념하겠다”고 했다. 또 “평소대로 국정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오후 5시15분 국회에서 도착한 탄핵소추의결서를 전달받고 직무가 정지됐다.
노 전 대통령은 간담회 후 청와대 참모진과 포도주를 곁들여 저녁식사를 했다. 당시 김우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탄핵안 가결 직후 긴급 수석·보좌관 회의를 열고 “헌재의 결정이 조속히 내려지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대부분의 부서는 오전부터 일부 직원들이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다. 특히 대통령 비서실장 산하의 주요 부석들은 정무적 기능을 담당하는 만큼 이번 사태의 추이와 향후 파장, 대책 등에 대해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아직 대통령실로 출근하지 않고 서울 용산 한남동 관저에 머무르며 향후 대책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전날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국정지지도가 11%를 기록했다. 탄핵소추안이 헌재에서 인용될 경우 이는 윤석열정부 마지막 지지율이 될 수도 있다. 지난 10∼12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11%에 그쳤다.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85%를 기록했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비상계엄 사태’(49%)가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경제·민생·물가’(8%), ‘전반적으로 잘못한다’(6%), ‘경험·자질 부족’, ‘독단적·일방적’, ‘소통 미흡’(이상 5%) 순이었다. 2016년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 전후로 지지율이 25%에서 17%로 하락했고, 이후 탄핵소추안 가결 직전까지 6주간 4~5% 수준을 유지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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