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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탄핵·불황에 시들한 '나눔'···커지는 온라인 기부에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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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혼란에 기부단체들 '타격 우려'

코로나19 이후 헌혈·봉사도 급락

대면 접촉 기피·10대 봉사자수 하락

경제 악화 여파도 "봉사할 시간에 알바"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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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올해 기부금 규모가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A 기부 단체 관계자 B 팀장)

“제 코가 석 자라···. 솔직히 봉사할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면 시급이라도 받잖아요. 한 번 관두고 나니까 다시 시작할 여유가 생기지 않더라고요.” (취업준비생 C 씨)

코로나19와 장기화한 경제 불황으로 쪼그라든 나눔 문화가 ‘정국 혼란’이라는 변수를 만나며 또 한 번 위기에 봉착했다. 2021~2022년을 기점으로 기부 규모, 자원봉사자 및 헌혈자 수가 급감한 뒤 통계상 여전히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기부금은 매년 목표치를 채우고 있지만 개인의 체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봉사·헌혈 등은 회복세가 더딘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까지 터지며 ‘나눔 성수기’인 연말에 시민들의 관심이 사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 번 위축되고 나면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경제적·심리적 여력이 부족한 상황일수록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3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부터 구세군자선냄비·사랑의열매 등이 본격적인 모금 활동에 나선 가운데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기부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A 기부 단체의 한 관계자는 “아직 모금이 마무리되지 않아 단언할 수 없지만 1년 전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도 “다만 매년 모금 달성률은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며 큰 차질은 없다고 말했다. D 기부 재단의 한 관계자 역시 “최근 탄핵 국면에 접어들면서 내부에서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고 관련 논의도 진행됐다”고 밝히고 “다만 현재까지는 가시적인 타격이 없고 상대적으로 온라인 모금은 상승세라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1~11월 봉사자 수는 1624만 658명(1365 자원봉사 포털·월별 인원 누계 기준)으로 2019년 동기간(2623만 6340명) 대비 약 38% 줄어들었다. 1199만 명대까지 떨어졌던 2021년과 비교하면 반등했지만 코로나 전에는 당연히 넘겼던 ‘2000만 명’ 선을 5년 연속 한참 밑도는 것이다.

특히 눈에 띄게 하락세를 보인 집단은 10대(14~19세)다. 올해 누적 참여자 수는 99만 5766명으로 2019년 동기간(645만 8361명) 대비 84% 폭락했다. 이는 팬데믹 시기에 대면 접촉을 제한한 데다 2019년 교육부의 대입 제도 변경으로 봉사 실적이 더 이상 대학 입시에 반영되지 않게 된 여파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시기 헌혈자 수 또한 줄어들었다. 대한적십자사 통계에 따르면 2013~2019년 헌혈자 수는 내내 26만 명 이상을 유지했지만 지난해에는 25만 명 초반에 그쳤다. 복수 참여자를 제외하고 추산한 ‘국민 헌혈률’을 살펴보면 하락세는 더욱 뚜렷하다. 2013년 4.46%에서 2019년 3.61%, 지난해에는 3.35%를 기록했다. 매년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고 기후변화 여파로 말라리아 관련 헌혈 제한 지역이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국민 헌혈률이 하락세를 거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장에서도 시들해진 참여세를 체감하고 있다. 사회복지사 E(27) 씨는 “코로나 이후 지금까지 경로 식당 급식 보조 인원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면서 “한 번 봉사가 중단되고 나니 그대로 발걸음이 끊겨 이전 수준의 봉사자 모집·유지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과거 교육 봉사를 했던 C(26) 씨는 현재는 학원에서 조교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 C씨는 “일단 ‘유급’ 노동을 시작하고 나니 봉사에 대한 심리적 진입장벽이 높아진 느낌”이라고 털어놓았다.

문제는 연말~연초가 특히 ‘나눔 가뭄’에 치명적인 시기라는 점이다. 겨울철에는 김장·연탄 나눔 등에 기부금 및 봉사 인력이 대규모로 필요하고 한파로 인해 헌혈자가 줄어드는데 노인 등 취약 계층의 부상 위험은 반대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정치적 위기가 커지며 ‘생존’이라는 키워드가 부상한 듯하다”면서 “자연스럽게 나눔의 영역은 후순위로 밀리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나눔의 가치는 만들기도, 유지하기도 힘든 사회적 자본이다. 이를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한 기부 단체 관계자는 “과거 어려운 시기일수록 더욱 많은 나눔으로 채워나갔던 경우도 있다”면서 “연초까지 많은 시간이 남았다. 국민분들이 올해도 함께해주시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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