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친윤, 尹 손 못놓아" vs "한동훈 언행 너무 가볍다"
친윤 "탄핵 가결땐 지도부 사퇴"…韓측 "사퇴할 이유 없어"
대야 관계도 험로 예고…민주당 "권성동 협상 상대로 인정못해"
당선 인사하는 국민의힘 권성동 새 원내대표 |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김치연 김정진 기자 =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정국에서 친윤(친윤석열)계 권성동 의원이 12일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서 압도적 표 차로 선출됐다.
권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전체 106표 중 3분의 2를 넘는 72표를 얻었다.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초·재선 의원들의 지지가 예상됐던 김태호 의원은 34표를 얻는 데 그쳤다.
그동안 지지를 표명했던 친윤계·영남·중진 의원들에 더해 당내에서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권 의원에게 표를 던진 결과로 풀이된다.
권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대선 후보 당시 비서실장을 지냈고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초대 원내대표를 맡았다. 당시 윤한홍·이철규 의원 등과 함께 '원조 친윤'으로 불렸다.
앞서 한동훈 대표는 탄핵 정국의 원내대표 자리에 권 의원이 부적절하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으나 원내 다수 의원은 새 원내사령탑으로 권 의원을 선택했다.
국민의힘 주류가 여전히 친윤·영남에 있다는 점이 거듭 확인된 셈이며, 비윤(비윤석열) 성향의 김 의원을 지지했던 친한계는 원내 장악력의 한계를 재차 절감하게 됐다는 평가가 동시에 제기된다.
친한계 한 당직자는 "여전히 당 주류인 친윤·영남 의원들 사이에서 윤 대통령의 손을 놓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작동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종료 이후 열린 원내대표 경선 의원총회에서는 한 대표와 친윤계의 인식차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며 당 주류가 권 의원을 원내대표를 선택한 배경을 짐작하게 하는 자리가 됐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비판하며 탄핵 찬성 당론과 윤 대통령 출당 등을 공개 거론했고, 친윤·중진 의원들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권 원내대표 추대를 주창했던 나경원 의원은 경선 직후 페이스북에 "함부로 내란죄 자백을 운운하는 한 대표의 언행은 가벼워도 너무 가벼웠다"며 "이런 때는 우리 모두 더 무거워지고 신중해지자"고 적었다.
탄핵 찬성 입장 밝히는 한동훈 대표 |
탄핵안 표결 등 정국 수습 과정에서 양측의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 탈당이나 탄핵을 주장할 때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바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권 원내대표가 당장 이틀 앞으로 다가온 2차 탄핵안 표결과 찬반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당론이 '탄핵 부결'이다. 이를 변경하려면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의총을 열어 그 부분에 대해 당론 변경을 할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총의를 모아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원들 각자 의견이 존중받아야 하지만 중요 사안, 현안에 대해서는 단일대오로 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가시화할 조기 대선 국면에서도 한 대표와 권 원내대표, 그리고 양측이 대표하는 친한계와 친윤계의 주도권 싸움이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상반기 조기 대선 실시가 확정되고 한 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해 대표직에서 물러나면 권 원내대표는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서 대선 정국에서 당을 이끌게 된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더라도 비대위 구성 권한을 갖는다.
친윤계에선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당 지도부가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론된다.
김민전 최고위원은 앞서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이 '탄핵안 가결 시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탄핵이 가결되면 (최고위원) 다 사퇴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친윤계인 김민전·김재원·인요한 최고위원에 더해 장 최고위원까지 사퇴하면 당헌·당규상 '한동훈 지도부'는 붕괴하고, 최고위는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다.
다만 한 대표는 탄핵안 가결 여부와 관계 없이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한계 당직자는 "계엄에 가장 앞장서서 비판한 한 대표가 왜 사퇴하나"라고 반문했다.
장 최고위원도 윤 대통령 담화 이후 '탄핵안 가결 시 최고위원직 사퇴' 입장이 유효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지금 탄핵에 대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당내 논의 상황을 보겠다"고 답했다.
권 원내대표는 대야(對野) 협상에서도 험로가 예상된다. 다양한 경륜과 추진력을 갖췄다는 당내 평가에도, 야당에선 당장 친윤 색채가 짙은 권 원내대표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권 원내대표 선출에 대해 "'내란 수괴' 윤석열을 만들어낸 친윤 정권 핵심이 혼란을 틈타 급기야 당권마저 장악하겠다고 나선 꼴"이라며 "협상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minary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