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며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했다. 다수 국민과는 동떨어진 인식이다. “저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당에 일임하겠다”고 한 지난 주말 담화와도 궤를 달리한다. 탄핵으로 가는 길을 스스로 다진 감마저 없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의 악몽 때문에 탄핵만은 피하려던 여당 분위기도 싸늘하게 변했다. 윤 대통령과의 지난주 회동을 거쳐 ‘질서 있는 조기 퇴진’ 선택지를 골랐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금은 탄핵으로 대통령의 직무 집행 정지를 시키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탄핵 표결 참여나 찬성을 공개 천명하는 여당 의원도 늘어나고 있다.
2차 탄핵안을 다룰 국회 본회의는 적어도 7일 폐기된 탄핵안과 달리 의결정족수(200명) 미달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범야권 192명에 더해 국민의힘 8명만 찬성으로 돌아서면 탄핵안은 국회 관문을 넘게 된다. 12일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권성동 의원은 기존 당론인 ‘탄핵 부결’을 바꾸려면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면서 “당론 변경을 할지, 그대로 유지할지 의총을 열어 총의를 모으겠다”고 했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혼란은 불가피하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안 심사는 최장 180일이 걸린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국정공백을 메워야 하지만 민주당은 한 총리 탄핵도 추진하고 있다. 대행의 대행, 혹은 대행의 대행의 대행이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탄핵 인용 결정이 나면 60일 뒤에 대선이 치러진다. 최악의 경우 8개월간 ‘탄핵·대선 블랙홀’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게 된다. 과연 누가 어떤 시스템으로 위기관리를 할 수 있을지 알 길이 없다.
각종 민생, 경제 관련 법안 논의는 이미 동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를 예외로 하고 미국, 대만, 일본 등 경쟁국들처럼 보조금을 지원하는 반도체특별법부터 그렇다. 여야 간 이견이 없던 인공지능(AI) 기본법 제정도 뒷전으로 밀렸다. 전력망확충특별법, 고준위방폐장특별법도 기약이 없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 입법 과제들도 미뤄지고 있다.
대외 여건도 최악에 가깝다. 한 달여 후면 미국에서 ‘트럼프 2기’가 출범한다. 미국 우선주의 폭주가 본격화할 것이다. 국가안보부터 경제·통상까지 위험하지 않은 것을 찾기가 외려 힘들 지경이다. 이 와중에 탄핵 여부조차 조속히 결정되지 않는다면 불확실성의 먹구름이 더 짙어지고 최소한의 국정리더십도 발동되지 못할 수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가 급선무다. 여당 당론의 향배를 좌우할 수 있는 친윤은 대승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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